비록 올 해도 상은 받지 못했지만, 김하성(21·넥센)의 2016년은 값어치 있었다.
13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2016 KBO리그 골든글러브. 늘 격전인 외야를 빼고,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던 부문은 2루수와 유격수였다.
2루수는 한화 이글스의 상징적인 '리드오프' 정근우와 넥센 히어로즈의 서건창의 2파전, 유격수 부문은 두산 베어스의 주전 유격수 김재호와 올해 20홈런-20도루를 성공한 김하성이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유격수 부문의 표 차이가 생각보다 많이 났다. 2루수는 122표를 얻은 서건창이 107표 정근우를 15표 앞서 수상에 성공했지만, 유격수는 김재호가 198표로 과반이 훨씬 넘는 표를 얻으면서 김하성(95표)을 2위로 밀어냈다. 김재호의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이다.
김하성 입장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독 상복이 없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프로 2년차였던 지난해 신인왕 규정 요건을 채웠다. 혜성처럼 등장해 공·수에서 강정호의 빈자리를 완벽히 채웠다.
때문에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과 함께 신인왕 각축전이 예상됐으나, 상은 모두 구자욱의 차지였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의미있는 기록도 세웠다. 작년 19홈런-22도루로 딱 홈런 1개가 모자랐던 김하성은 올해 20홈런-28도루로 이종범과 강정호에 이어 유격수 역대 3번째 20-20 클럽 가입에 성공했다.
올해 역시 기대해 볼만한 수상에는 실패했다. 안정적인 수비로 두산의 우승을 이끈 김재호에게 표가 더 많이 몰렸다. 이제 겨우 프로 3년차. 여전히 많은 기회가 남아있으나 아쉬움이 남는 것까지는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올해 김하성은 분명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자신의 목표치를 달성했고, 시즌 중반 한 차례 슬럼프를 겪으면서 더 단단해졌다. 반드시 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2016년이 의미 있었고, 2017년의 김하성도 기대가 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