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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 칼럼]하늘에서 본 한국의 야구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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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즌 동안 한국과 일본을 왔다갔다하는 필자에게는 비행기 안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일들이 있다.

지난 10월 필자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기내 3열 좌석의 창가에 앉았다. 그 옆자리 2명의 한국인은 어머니와 딸 두 여성이었다.

비행기가 상공에 올라 가자 필자의 옆자리에 앉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에게서 뭔가 고심이 담긴 "에휴" 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와 동시에 그 여성은 스마트폰을 필자의 얼굴 쪽으로 계속 접근하려고 했다. 약간 이상한 행동이라고 느꼈는데 그 여성과 어머니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면서 바로 이해가 됐다. "구름이 아름다워 사진 찍고 싶은데…." 그 여성의 마음을 잘 알게 된 필자는 자리를 양보했고 그 여성은 하늘에 떠오른 새털 구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필자는 비행기탈 때 마다 꼭 창가 좌석을 잡는다. 그 이유는 구름의 사진을 찍고 싶었던 여성처럼 아름다운 하늘을 보는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그것은 야구장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다. 기내에서 야구장을 찾는 것에 익숙해 버린 필자는 언젠가 어느 타이밍에서 밖을 보면 야구장이 밑에 있을지 금방 알 수 있게 됐다.

비행기 안에서 제일 보기 편한 야구장은 작년까지 넥센 히어로즈의 홈구장으로서 사용했던 목동야구장이다. 일본을 출발한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착륙하려고 고도를 내리면 오른쪽에 잘 보인다. 안양천 왼쪽에 있는 목동야구장은 자연과 아파트나 빌딩 등의 건물이 동거하는 가운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서는 수원 kt위즈파크도 볼 수있다. kt가 신생구단으로서 탄생하기 전에는 어두운 녹색 좌석의 수수한 모습였지만 리모델링 후의 kt 위즈파크에서는 붉은 좌석의 밝은 분위기를 하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진행중인 증축공사 이후 또 다른 모양새를 드러낼 것이다.

개발이 계속되는 인천의 상공을 지나가면 인천 SK 행복드림구장도 멀리에 볼 수 있다. SK 행복드림구장을 하늘에서 보면 21세기형 야구장의 모습을 만든 선구자라는 위엄이 느껴진다.

한국과 일본을 왕복하려면 작년까지는 김포, 인천, 김해공항을 이용했는데 올해부터 한-일을 취항하는 노선에 대구공항이 추가됐다. 필자가 대구노선을 탔을 때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의 모습을 길게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다음에는 '라팍'의 특징적인 팔각형의 모습을 위에서 찾으려고 한다.

한국 야구장에서 비행기가 제일 어울리는 야구장은 넥센의 홈인 고척스카이돔이다. 비행기가 자주 고척스카이돔 상공을 지나가는 걸 본 야구팬들도 많을 것이다. 제주를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는 고척스카이돔 3루 방향에서 1루 쪽으로 고도를 내리면서 날아간다.

겨울 동안 야구경기를 볼 수 없다. 그러나 연말 연시나 설 연휴 기간에 비행기를 탔을 때 창문 좌석에서 야구장을 찾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는 있다. 평상시와 다른 각도에서 야구장을 보는 것은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