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유(프랑스)=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새 역사를 쓴 선수답지 않았다. 당장의 결과보다는 자신의 실수에 더 마음을 썼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해 달려가겠다는 뜻이었다. 차준환(15·휘문중)이었다.
차준환은 10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마르세유 팔레 옴니 스포츠에서 열린 2016~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이날 열린 프리스케이팅에서 153.70점을 얻었다. 이틀 전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71.85점을 더해 합계 225.55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2005~2006시즌 김연아의 우승 이후 11년만이다. 차준환은 역대 두번째다. 한국 남자 피겨로서는 사상 처음이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차준환은 기쁨보다는 아쉬움부터 표했다. 소속사 관계자와 취재진들이 "대단한 쾌거"라고 말했지만 기쁜 표정은 찾을 수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범한 연이은 실수 때문이었다. 쇼트프로그램 첫 점프에서 실수를 했다.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트리플 플립-싱글루프-트리플살코 컴비네이션 점프에서 실수했다. 첫 트리플 플립을 뛰고난 뒤 두개의 점프를 연결하지 못했다.
차준환은 "후반부에 실수가 나와서 아쉬웠다. 쇼트에서도 실수했다"며 "다음 경기에서는 좀 더 차분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쇼트에서는 스피드가 떨어졌다. 또 마음이 급하기도 했다. 빙질 적응에도 힘들었던 면이 있다"고 했다.
올 시즌 차준환은 그랑프리 시리즈를 처음 경험했다. 3차 대회와 7차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파이널까지 왔다. 그는 "부족한 것들이 많았다. 스텝이나 스케이팅 기술도 더욱 많이 연습해야 한다"고 했다. 1위와 2위를 차지한 러시아 선수들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나보다 경험이 많다. 거기서 차이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내가 할 것만 잘하자고 생각했다. 내가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
이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1년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차준환도 평창에 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차준환은 "부상 관리를 잘하고 좋은 성적을 거둬서 나가게 된다면 좋겠다"며 "나간다면 긴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실수하지 않고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관중들과 좀 더 호흡을 맞추면서 즐거운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