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가 국내에서 차량을 판매하면서 해외와 다른 마케팅 정책을 펼쳐 '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볼보차코리아는 차량 후면 유리에 '시티 세이프티'라고 적힌 스티커를 임의로 부착해 판매하는가 하면 차량명 레터링 글자를 일부 떼어내 팔고 있다는 불만이 볼보차 동호회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이로 인해 스티커를 제거하다가 차량에 흠집이 발생했다는 주장과 함께 '사라진' 레터링 부착을 위해 추가 비용까지 발생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볼보차 한 소유주는 "이같은 임의적인 볼보차코리아의 황당한 마케팅 정책은 고객들의 반감만 살 뿐"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볼보차코리아는 7년 연속 기부금 '제로'를 기록, 국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원하지 않는' 스티커 떼다 차량 흠집…4년 만에 제거하기로
국내에서 볼보차를 구입하면 차량 후면 유리에 커다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볼보차코리아가 2012년 중순부터 국내 마케팅으로 기획한 '시티세이프티(City Safety)' 스티커다. 볼보차의 '안전 우선 철학'이 강조된 시티세이프티는 주위의 예기치 않은 상황을 감지하고 사고를 능동적으로 예방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동안 볼보차코리아는 국내 소비자에게 볼보차의 첨단 안전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해 왔다. 하지만 일부 볼보차 소유주들은 자신들의 홍보를 위해 일괄적으로 스티커를 부착해 판매하는 것은 구매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보차 한 소유주는 "원하지 않은 스티커를 일괄 적용해 구매자가 직접 떼야하는 불편함이 있다"면서 "볼보 차량에 원래 없던 스티커를 국내 판매용에만 부착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또한 "볼보차의 주장대로 안전시스템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면 브랜드 내 고급 기종에 해당하는 XC90, S90에는 왜 부착하지 않느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소유주는 시티세이프티 스티커를 제거하려다 차량 유리에 흠집을 내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호회를 중심으로 이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볼보차측은 결국 해당 스티커를 붙이지 않고 차량을 출고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볼보차코리아 관계자는 "지난달 10일부터 출고되는 차량에는 더 이상 시티세이프티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4년 만에 해당 마케팅 정책을 접은 것. 그는 "차세대 플랫폼인 SPA(Scalable Product Architecture)가 적용된 XC90, S90과 같은 신차에는 더 이상 공식적으로 시티세이프티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게 됐다"면서 "볼보차의 모든 능동 및 수동형 안전 기술은 '인텔리세이프(IntelliSafe)'라는 개념으로 통합돼, 더 이상 시티세이프 스티커를 붙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여전히 해당 스티커 부착을 원하는 일부 고객들이 있어 현재는 고객이 요청할 경우 해당 딜러사로 스티커를 별도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하는' 차량명 레터링은 빼 추가비용 발생…업체 "마케팅 정책"
이와 더불어 차량명 레터링을 제거하고 판매하는 볼보차의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볼보차코리아는 V40, S60, V60 등의 크로스컨트리 버전에 일부 차량명 레터링을 떼고 출시하고 있다. 크로스컨트리 모델은 기존의 해치백, 왜건, 세단 등의 모델에서 지상고와 전고를 높여 온·오프로드 주행을 가능하게 한 크로스오버 차량을 의미한다.
시티세이프티 스티커처럼 국내 판매차량에만 적용되고 있어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예컨대 V40 D4 크로스컨트리 모델의 경우 차량명인 'V40' 글자는 제거하고 엔진명인 'D4'만 남겨둔 채 팔고 있는 것. 한 소유주는 "대부분 고객들은 차량 출고시 이같은 사실을 알고 황당함을 느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차량을 판매하는 영업사원이나 구매자들이 자비로 레터링을 구입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레터링은 몇 만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소유주는 "아무리 수입사의 정책이라고는 하지만 고객의 동의 없이 임의적으로 글자를 떼어 내고 판매하는 것은 황당하다"며 "공장에서 제작되는 그대로 차량을 팔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볼보차코리아는 "다른 업체도 하고 있으며 모델명을 강조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해명했다. 볼보차코리아 관계자는 "(본사가 있는) 스웨덴에서는 실용적인 차량으로 인지도가 높지만, 국내에서는 크로스컨트리라는 모델의 개념이 다소 생소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에 세일즈·마케팅 전략상 크로스컨트리라는 모델명을 강조하기위해 다른 모델명을 부착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정책은 볼보 뿐만 아니라 타 브랜드에서도 국내에 생소한 차량들을 런칭할 때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볼보차코리아가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 정서와 거리가 있는 볼보차코리아의 이같은 정책은 기부문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볼보차코리아는 지난해 1727억원의 매출을 올려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중 30억원을 외국인 대주주에게 배당, 86.43%라는 다소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반면 국내 기부액은 7년 연속 '0원'을 기록, '국부 유출'과 함께 '사회공헌 인색'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상황이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