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유(프랑스)=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소년의 성장은 남달랐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듯 했다. 승승장구했다. 가장 중요한 대회 앞에 섰다. 기대가 컸다. 하지만 처음 시작이 아쉬웠다. 잠깐 넘어졌다. 그리고 기로에 섰다. 당장 일어설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 남자 피겨의 희망 차준환(15·휘문중) 이야기다.
차준환은 8일(현지시각) 프랑스 마르세유 팔레 옴니 스포츠에서 열린 2016~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1.85점을 기록했다. 첫번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컴비네이션 점프를 제대로 뛰지 못한 것이 컸다. 감점이 컸다.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최고점인 79,34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메달을 노리던 차준환은 4위에 그쳤다. 10일 프리스케이팅에서 반전을 노려야 한다.
아쉬움이 컸다. 차준환 본인도 쇼트 경기가 끝난 뒤 "연습때도 실수하지 않던 점프였다. 실수가 나와서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큰 눈에서는 물기가 보일 정도였다. 실수를 한 원인에 대해서는 "스피드가 평소처럼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큰 눈가에는 살짝 물기가 감돌기도 했다.
차준환이 걸어온 길을 본다면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차준환은 2013년 전국종합선수권대회 주니어 남자 싱글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아시안트로피 노비스에서도 우승했다. 2015~2016시즌 차준환은 주니어 그랑프리 무대에 데뷔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내 주니어 그랑프리 파견 선수 선발전 직전 다쳤다.
1년간 차준환은 절치부심했다. 그리고 올 시즌 주니어그랑프리에 출전했다. 첫 출전부터 사고를 쳤다. 9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3차대회에서 239.47점으로 우승했다. 주니어 세계 최고 기록이다.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7차 대회에서는 220.54점으로 우승했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차준환은 일취월장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4회전의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성공시켰다. 평소 주의 판정을 받았던 트리플러츠 점프로 완벽하게 수정했다. '점프 달인' 브라이언 오서 코치를 만난 것이 컸다.
이제 차준환은 자신의 인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가장 큰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메달을 따게 된다면, 한국 남자 선수로서 최초의 대기록이다. 한국 선수 가운데서도 김연아(은퇴) 이후 처음이다. 물론 쇼트에서 점수차가 많이 벌어졌다. 1위인 드미트리 알리에프(러시아, 81.37점)와의 차이는 9.52점 차이다. 2위는 알렉산더 사마린(러시아)로 81.08점을 기록했다. 3위 역시 로만 사보신(러시아)이다. 72,98점을 얻었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은 변수가 많다. 길어진 시간, 더욱 많은 구성 요소들 여기에 압박감. 더군다가 선수들 모두 아직은 주니어 레벨이다. 선수들의 심리에 경기력이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오서 코치도 "주니어 레벨에서는 그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차준환은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차준환은 마음을 비웠다. "오늘 쇼트의 결과를 생각하지는 않겠다. 프리에서 순위나 점수를 생각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프리스케이팅의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메달을 따낼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차준환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의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