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한국야구위원회)가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일으킨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어리치)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KBO는 강정호의 WBC 대표팀 여부를 논의할 기술위원회(위원장 김인식)를 당장 열지 않기로 했다. 또 징계를 논할 상벌위원회(위원장 양해영 사무총장)는 법적 검토를 한 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김인식 WBC 국가대표팀 감독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지금 당장 기술위원회를 열어 강정호의 엔트리 제외를 결정하지 않기로 했다. KBO는 최근 50명의 예비 엔트리를 WBC조직위원회에 제출했고, 내년 2월 6일까지 언제라도 명단 교체가 가능하다. 또 최근 김광현(SK 와이번스)이 왼팔꿈치 수술을 결정하면서 엔트리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향후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 중에서 추가로 이탈하는 선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대표팀은 사건 사고 부상이 나올 때마다 기술위원회를 열어 바로 대응하는 것 보다 시간을 갖고 좀더 냉정하게 대안을 준비하기로 했다.
상벌위원회는 현재 검토 중인데 열릴 가능성이 높다. 강정호에 대한 야구팬들의 나빠진 여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KBO가 현재 MLB 피츠버그 소속인 강정호에 대해 섣불리 징계를 결정하는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강정호의 신분이 국가대표로 소집될 수 있어 KBO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다. 또 이번 경찰 조사에서 과거 2009년과 2011년 음주운전 적발 사실이 드러난 부분에 대해선 소급해서 징계가 가능하다. 당시 강정호의 소속은 넥센 히어로즈였다. KBO규약에는 소급 적용 및 공소 시효 등의 내용이 없다. 따라서 KBO가 강정호에 대해 징계 의지가 있다면 이번 음주운전 사건이 아닌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만으로도 조건부로 징계할 수 있다. KBO리그 복귀시를 조건부로 달고 출전정지 및 유소년야구봉사활동, 벌금 등의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
경찰이 강정호의 음주운전 사고 및 도주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일단락할 예정이다.
강정호는 2일 새벽 서울 삼성역 사거리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처리없이 현장을 떠났다. 가드레일과 충돌했고, 그로 인해 생긴 파편이 맞은편 차량에 튀었다. 맞은 편 운전자가 경찰에 신고를 했고 강정호는 당시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당시 강정호의 차량에 동승했던 유씨가 운전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의 확인 결과, 운전자는 강정호였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6일 강정호를 다시 불러 운전자 바꿔치기 여부를 추가 조사했다. 하지만 경찰조사에서 강정호는 유씨에게 운전자 바꿔치기를 부탁하거나 사전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유씨도 선의로 강정호를 돕는 차원에서 운전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강정호에 대해 음주운전 및 사고 미조치 혐의만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강정호는 이번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과거 음주운전 적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은 강정호가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소속으로 뛰고 있었던 2009년 8월과 2011년 5월에도 음주운전에 적발된 게 뒤늦게 밝혔다. 따라서 이번까지 총 3차례 음주운전에 걸려 '삼진아웃제'를 적용, 운전면허가 취소될 예정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