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개 구단 사령탑 중 40대 감독은 모두 4명이다.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47),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45),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45), 그리고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43). 장정석 감독이 최연소 사령탑이다. 5일 춘천 라데나 GC에서 열린 제35회 야구인골프대회에서 가장 젊은 세 감독이 동반 라운드로 샷대결을 펼쳤다.
장정석 감독은 코치를 거치지 않고 프런트(운영팀장)에서 곧바로 감독이 된 첫 케이스다. 김한수 감독도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정규리그 5년 연속 1위,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삼성이 9위로 급전직하한 뒤 중책을 맡았다.
1년 빨리 감독이 됐지만 조원우 감독은 친구인 김한수 감독이나 후배인 장정석 감독에게 "스트레스 관리 잘들 하시라"는 말 밖에 해줄 말이 없었다. 라운드 내내 김한수 감독은 FA 영입과 외국인 선수 계약 등 숱한 구단업무로 자주 통화를 하는 모습이었고, 조 감독과 장 감독 역시 내년 준비에 대해선 걱정 보따리를 내려놓지 못했다. 이들의 골프실력은 일반 아마추어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세 사령탑은 3인3색 스윙으로 코스를 누볐다. 기술과 전략, 전술이 어우러진 한판 승부였다. 셋은 모두 80대 초반의 스코어를 기록했다. 장정석 감독은 80타, 김한수 감독은 81타로 싱글 핸디캡 스코어를 손에 쥐었다. 조원우 감독도 83타의 빼어난 실력을 과시했다. 최고 볼거리는 250m를 훌쩍 넘기는 가공할만한 장타였다.
김한수 감독은 장신(1m86)을 이용한 호쾌한 샷을 즐겼다. 드라이버샷은 제대로 맞으면 250m 이상 날아갔다. 아이언샷은 탄도가 높게 형성돼 그린 공략에 유리했다. 장정석 감독은 체구는 작은 편이지만 하체를 묶어두고 상체를 빠르게 감았다 풀어내는 교과서적 스윙에 볼을 맞히는 순간 임팩트가 대단했다. 장 감독의 티샷 거리는 240m 내외. 160m 안팎 거리를 8번 아이언으로 공략하고, 120m 파3홀에선 50도 웨지를 잡아 동반자들을 놀라게 했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 아마추어 골퍼의 티샷 비거리는 210m 내외, 8번 아이언은 130m 정도다. 50도 웨지로 100m 이상을 날리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장 감독의 낮게 깔아치는 웨지샷(일명 펀치샷)은 볼회전량을 극대화시켜 그린 위에서 백스핀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조원우 감독은 절묘한 페이드샷(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쪽으로 끝이 살짝 휘는 샷)을 주로 구사했다. 특히 수준급 어프로치샷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들과 함께 한 경기도우미(캐디)는 "오랜만에 힘있는 샷을 원없이 보니 속이 뻥 뚫리는 듯 하다"며 웃었다.
춘천=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