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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LG 잠실 사령탑 골프대결, 막상막하 우열 못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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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잠실 한 지붕 두 가족 다운 막상막하 대결이었다.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사령탑이 잠실야구장을 벗어나 녹색 그린에서 우정의 샷대결을 펼쳤다. 김태형 두산 감독(49)과 양상문 LG 감독(55)은 야구계에서 알아주는 골프 고수들이다. 둘은 5일 춘천 라데나 GC에서 벌어진 제35회 야구인골프대회에서 김기태 KIA 감독(47)과 함께 같은 조에서 라운드를 했다.

1995년 이후 21년 만에 통합 우승한 두산 구단이 후원한 대회인 만큼 두산의 홈에서 대결이 펼쳐졌다. 양상문 감독은 "김 감독에게 여기는 홈과 같다. 우리가 불리하다"고 말했다. 연배가 위인 양 감독은 김태형 감독의 집중력을 흔들기 위해 심리전을 여러 차례 펼치기도 했다. 우승팀 사령탑 답게 김태형 감독은 여유있게 받아 넘겼다. 두 감독에 비해 구력이 짧은 김기태 감독은 보조를 맞추며 따라갔다.

김태형 감독과 양상문 감독은 무승부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나란히 18홀을 80타로 마쳤다. 공교롭게 둘은 전반홀(41타)과 후반홀(39타)의 타수까지 똑같았다.

김태형 감독은 전반홀 1개, 후반홀 2개 총 버디 3개를 잡으며 양상문 감독을 압박했다. 그러나 전반 7번째홀(파3)에서 범한 더블 보기가 아쉬웠다. 김태형 감독의 샷은 전체적으로 흔들림없이 안정적이었다. 정교한 티샷으로 페어웨이를 공략했고, 아이언샷도 목표 지점에 잘 떨어졌다.

김태형 감독은 후반홀 막판 집중력이 떨어졌다. 퍼팅이 조금씩 홀을 빗나갔다. 후반 막판 5개홀에서 4차례 보기를 해 양상문 감독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양상문 감독은 스윙이 유연했다. 김태형 감독의 임팩트있는 스윙과 달랐다. 양상문 감독은 라운드 내내 꼼꼼한 성격을 드러냈다. 거리 측정기를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매홀 남은 거리를 측정해서 클럽을 선정했다. 또 그린에선 라이를 캐디에게 묻지 않고 직접 살폈다.

양상문 감독은 단 1개의 버디도 잡지 못했다. 아이언샷이 생각 보다 조금씩 짧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전후반 내내 매우 안정적으로 레이스를 펼쳐 파만 11개를 기록했다. 특히 김태형 감독이 후반홀 막판 흔들릴 때 차분하게 3개홀 연속 파로 동률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양상문 감독은 "LG와 두산은 뭘 해도 항상 비교 대상이다. 오늘 두산에는 지고 싶지 않아 열심히 쳤다"며 웃었다. LG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 가을야구에서 명승부를 펼치며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다.

김태형 감독은 "홈의 이점은 없었던 것 같다. 우승하고 이렇게 좋은 분들과 마음 편하게 운동을 해서 너무 좋았다. 오늘 스코어는 괜찮았다"고 말했다.

두 사령탑은 대회 종료 이후 가진 시상식에서도 하나씩 상을 받았다. 김태형 감독이 최다 버디상(3개)을 받자, 양상문 감독이 신페리오방식으로 환산 집계한 스코어에서 전체 2위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기태 감독은 96타를 기록했다. 그는 "두 고수 감독님들과 함께 해서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양상문 감독은 "김기태 감독의 골프 실력은 하루 하루가 다르다.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내년에는 어느 정도일지 기대된다"고 칭찬했다.

춘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