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명승부였지만, '옥에 티'는 있었다.
휘슬을 잡은 주심이었다.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2016년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수원의 감격적인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주심을 향한 원성은 지워지지 않았다.
FA컵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총 망라해 한국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무대다. K리그와 달리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한다. 축구협회는 흥행을 위해 2007년 이후 9년 만에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결승전을 부활시켰다. 사상 처음으로 '소문난 잔치'인 슈퍼매치 결승전이 성사되며 미소도 컸다. 수원에서 열린 1차전에선 3만1034명, 상암벌에서 개최된 2차전에선 3만5037명이 운집했다.
명색이 결승전이지만 주심만큼은 오점이었다. 이날 주심을 맡은 김성호 심판은 때론 도가 지나칠 정도로 단호하게 판정을 해 도마에 오른 인물이다. 주인공인 선수들보다 더 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전반전의 주연은 단연 김 주심이었다. 경고성 플레이에 대해 카드를 아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전반 20분 이정수(수원)와 다카하기(서울)에게 꺼내든 옐로카드는 납득이 가지 않는 판정이었다.
수원이 프리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정수와 다카하기가 충돌했다. 위치 선점을 위한 신경전으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과하면 1차적으로 주의를 주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그는 달랐다.
어긋난 첫 단추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전반 36분 이정수가 박주영(서울)과 공중볼을 경합하는 과정에서 팔꿈치로 가격해 또 다시 경고를 받으며 퇴장당했다. 순식간에 흐름이 바뀌었다. 이정수는 약 3분간 항의했지만 경고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전반 43분 다카하기가 이종성(수원)에 앞서 태클로 볼을 따냈다. 누가 봐도 흠없는 깔끔한 태클이었다. 그러나 김 주심의 눈은 달랐다. 파울 선언과 함께 옐로카드에 이어 레드카드를 다시 번쩍였다. 다카하기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명백한 오심이지만 한 번 내린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보상 판정'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120분에 이은 승부차기 혈투, 경고만 15개가 나왔다. 김 주심은 시상식에서 '심판상'을 받았다. 하지만 박수를 보낼 순 없었다. 서울과 수원 선수들의 감동적인 투혼으로 주심의 오점이 덮였지만 축구협회 만큼은 간과해선 안되는 부분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