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이상윤은 바르고 착한, 그런 이미지의 대명사다. 훤칠한 외모, 186cm라는 키에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엄친아' 중의 '엄친아'로 데뷔 초부터 주목받았다. 이는 브라운관 속 캐릭터들을 통해 더욱 공고히 다져졌다. 여자들의 마음을 처음 훔친 '내 딸 서영이'의 강우재가 그러했고 최근 '공항 가는 길'의 서도우가 그러했듯, '츤데레'한 남자주인공들과는 다른 진정성 있고 선한 캐릭터들은 이상윤의 큰 힘이자 최고 매력이 됐다.
그러나 배우 이상윤은 스스로의 틀을 깨려 노력해왔다. 그 노력은 좀더 제약이 없는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구현됐다.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으로 납치돼 감금되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날 보러와요'에서 그는 사건을 파헤치는 시사 교양프로그램 PD 나남수로 스릴러에 첫 도전했다. 어떤 목적을 향해 치열하게 달리면서도, 또 수긍가게 하는 그런 인간상을 그리며 숨겨놨던 또 다른 낯선 얼굴을 보여줬다. 적은 예산의 영화였지만, 시나리오를 보며 감독과 생각하는 방향이 같았기에 함께하게 됐고, 이는 제 37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이색적인 경험을 하기도 했다. 실제 청룡영화상이 열리던 당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으로 향하는 긴장된 발걸음의 이상윤을 얼른 낚아챘다.
"영화에서는 정말 신인이 맞잖아요(웃음). 긴장되고 또 설레고 그러네요. '날 보러와요'는 좀 더 철저히 준비를 했으면 좋았겠다 싶은 게 후에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 드렸고 관객, 시청자가 저의 다른 모습을 알아주신 게 감사한 작품이죠. 또 한편으로는 이런 장르, 이런 모습을 할 땐 생각해야 할 게 많구나 한번 더 깨닫게 되었던, 소중한 작업이었어요."
영화배우 이상윤은 꽤 매력적이었다. 마치 친근하게 여기던 내 남자친구의 새로운 얼굴을 봤을 때의 낯섦과 오묘한 매력을 동시에받은 그런 느낌. 첫 영화작품인 '색즉시공2'와 '산타바바라'에서도 평소 생각하던 '엄친아' 그리고 '따도남' 이상윤이 아닌, 능글맞고 적당히 풀어져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드라마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영화를 통해 도전하는 게 좋아요. 드라마도 이젠 장르라든지 그런 색깔 있는 작품들이 많아지긴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 드라마에는 주를 이루는 스토리가 있잖아요. 인물 관계도 정해진 것들이 많고. 영화는 그것에 비해 훨씬 다양한 소재, 주제를 다룰 수 있어서 그런 부분에 더 눈이 가는 것 같아요."
대중은 늘 바른 이미지, 달콤한 연인, 올바른 청년으로 그를 규정한다. 오랫동안 달고 있는 그런 꼬리표에 뭔가 표현을 하고 행동하는데 답답한 구석이 있을 것도 같다고 물었다. 진지한 질문에 이상윤은 너털웃음을 짓더니 겸손함으로 답한다. "전혀 없다 그러면 거짓말이지만, 가급적 신경을 안 쓰려 해요. 큰 사고는 치지 말아야지 정도(웃음)? 대신 작품 선택의 폭에 장애가 있다 정도는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이미지로만 봐주시는 분들이 아직 계시니까요. 그런데 이건 제가 정말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제 다른 면을 찾을 주실 수 있도록 말이죠."
갖고 있는 장점으로 사실 충분히 쉬운 길을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이상윤은 조금씩의 변화를 추구하며, 새로운 문을 두드린다. '라이어 게임' '산타바바라' 그리고 '날 보러와요'까지 오랜 이상윤의 매력을 버리고, 좀더 새로운 남성상을 그려가고 있다. 흥행 여부와는 상관없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렇지 않은 모습 또한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거죠. 실제 이상윤은 대중에게 사랑받은 캐릭터 속 인물과 100% 일치되는 사람은 아니에요(웃음). 허술하고 생각보다 투박하고, 좀 게으른 편이기도 하고요. 또 제가 갖고 있는 한 부분을 극대화해서 표현한 연기였다면, 제 안에 또 극대화할 수 있는 면들이 많이 있으니까. 다른 면들을 좀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런 여러가지 모습들을 제 속에서 뽑아내 표현할 수 있는 기회들을 찾는 것 같아요."
올해를 따뜻하게 마무리한 이상윤, 내년에는 어떤 작품에 도전장을 내밀까. 이상윤은 "매번 감성적인 것만 하다 보니, 액션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실제로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또 실제 친한 감독님이 두번이나 악역을 제안해주셨는데, 죄송스럽게도 여러 이유로 못했어요. 너무나 좋은 사람일 것 같은 사람이 남들 앞에서는 웃고 있다가 세상에서 제일 나쁜놈이 되면 너무 재밌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해주셨죠. 실제 제 이미와 정 반대인 극한의 악역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연기력으로 성숙해질 것 같았거든요. 세상 사람들이 저의 악한 점을 잘 못봐주시네요(웃음). 같은 모습만 보여드리는 것 보다는 다른 부분을 저도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노력 중이에요."
gina1004@sportschosun.com, 사진=양지윤 기자 yangji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