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9연승을 달리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아산 우리은행. 개막 5연패에 빠졌다가 3연승의 신바람을 내고 있는 부천 KEB하나은행. 순위는 각각 1위와 5위지만, 최근 분위기는 엇비슷했다. 이환우 감독 대행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하나은행은 상위권 팀 분위기가 났다. 빼어난 개인기의 프로 2년차 김지영이 연일 당돌한 플레이를 펼쳤다. 다른 선수들도 "요즘 지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주포 강이슬은 "우리는 누구 한 명에 의존하지 않는 팀이다. 수비부터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30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시즌 여자 프로농구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경기가 접전으로 흘러간 이유다. 객관적인 전력상 우리은행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아니었다. 하나은행은 초반부터 전면 강압 수비를 펼치는 등 상대를 물고 늘어졌다. 투지가 남달랐다.
우리은행은 당황했다. 위성우 감독이 벤치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답답하다는 듯 전주원 코치와 끊임없이 뭔가를 얘기했다. 결국 하나은행이 전반을 35-33으로 앞섰다. 1~2쿼터 외국인 선수 카일라 쏜튼이 11득점에 4리바운드를 잡았고, 나탈리 어천와도 8득점을 기록했다. 김지영은 6득점에, 강이슬은 4득점이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6개의 실책을 쏟아냈다. 손발이 맞지 않았다. 박혜진이 2쿼터까지 3점슛 3방으로 11득점을 했지만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이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180도 달라졌다. 외곽에서 쉴 새 없이 3점포가 쏟아졌다. 골밑에선 존쿠엘 존스가 확률 높은 공격을 했다. 존스는 3쿼터 초반 쏜튼을 상대로 자신있게 1대1을 했다. 연속해서 4점을 몰아 넣었다. 이후 상대 수비가 골밑으로 몰리자 최은실, 홍보람이 잇따라 3점포를 성공했다. 팽팽하던 경기가 우리은행 쪽으로 급격히 기운 순간이다.
결국 우리은행은 3쿼터 10분 동안 하나은행을 10점으로 묶고 25점을 몰아 넣었다. 존스가 8득점, 최은실이 8득점, 임영희가 골밑 돌파에 이은 레이업슛으로 4득점 했다. 58-45. 순식간에 13점 차가 났다. 이에 반해 전반까지 잘 싸운 하나은행은 쏜튼을 제외하면 슛을 던질 선수가 없었다. 강이슬은 상대 밀착 마크에 고전했고, 김지영도 공을 소유한 시간이 적었다.
4쿼터에도 반전은 없었다. 우리은행이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하며 점수 차를 지켰다. 71대59 승리. 개막 10연승이다. 이 부문 역대 3위 기록이다. 1위는 2014~2015시즌 우리은행의 16연승, 2위는 2003년 여름시즌 삼성생명의 15연승이다.
부천=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