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 후보(75·야구학교 총감독) 이계안 후보(64·2.1연구소 이사장)이 30일 첫 통합 야구소프트볼협회장에 당선됐다.
김응용 후보는 30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벌어진 초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선거에서 선거인단(144명) 중 127명이 투표했고 유효 투표수 126표 중 85표를 획득, 41표를 얻은 이계안 후보(64·2.1연구소 이사장)를 제치고 회장에 뽑혔다. 관련 선거법상 최다 득표자가 회장이 된다. 회장 임기는 4년이다. 이번 통합 회장은 기존 대한야구협회와 전국야구연합회(생활체육) 그리고 대한소프트볼협회 3개 단체를 아우르는 단체장이다.
김응용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뒤늦게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야구인들의 뜻을 결집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김 후보는 야구 선수 출신으로 감독에 이어 야구단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야구인(엘리트+생활체육)와 소프트볼인들의 대화합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기업 전문 경영인(현대자동차 사장 등)으로 17대 국회의원까지 지낸 이 후보를 따돌렸다.
전문가들은 "야구인들이 위기에 빠진 아마추어 야구를 살릴 적임자로 뼈속까지 야구인인 김 후보를 선택한 것 같다. 김 후보의 공약이 이 후보의 공약 보다 좀더 현실적이라 공감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였던 통합 협회 예산 문제에 있어 연간 운영비 15억원과 시도 협회 연맹체 등 지원 기금 5억원을 책임지고 만들겠다고 공략을 내걸었다. 그는 "사재를 낼 생각이다. 또 필요하면 정부지원을 유도하고, 기업 협찬 및 야구계, 한국야구위원회 후원 등을 책임지고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자금 확보 방안으로 ▶사재 출연 ▶목동전용구장 광고 판매 및 마케팅 수익사업 ▶프로 지원 ▶프로 입장료에 아마추어 발전 기금 조성 추진 등을 꼽았다.
반면 이 후보는 재단법인 '109로 행복한 대한민국' 설립과 '109 후원 클럽' 결성을 아이디어로 던졌다. 건전한 재정 기반을 만들기 위해 재단을 만들고 또 야구를 사랑하는 분야별 명망가 109명을 모아 후원클럽을 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투표전 정견발표에서 "재단의 기본 재산 10억원을 출연하고, 또 운영 재산 99억원은 후원 클럽을 통해 조성하겠다. 전문 경영인과 국회의원을 지낸 나는 돈을 모을 줄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선거인단의 다수가 김 후보의 예산 마련 공약이 이 후보 공약 보다 더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김응용 후보는 이번 통합 회장 당선으로 선수→감독→프로야구단 사장에 이어 행정가로 인생의 마지막까지 아마추어야구와 소프트볼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마추어 야구가 처한 열악한 현실을 감안할 때 통합회장의 역할은 막중하다.
김 후보는 ▶야구계의 대화합 ▶고교팀 100개, 대학팀 40개 확대 ▶주말리그제 등 야구 정책 개선 ▶일자리 창출 등의 공약도 밝혔고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통합 협회는 운영 자금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통합 협회의 1년 예산으로 약 100억원(주말리그 운영 자금 20억원 포함) 정도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회장에 당선된 김 후보는 1년 20억원 예산 마련을 약속했지만 그걸 실천으로 옮길 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사재 출연은 물론이고 정부와 KBO 지원 등은 공약 발표와 실제 집행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또 현재 대한야구협회, 전국야구연합회, 대한소프트볼협회를 통합할 사무실도 마련해야 한다. 통합 협회를 돌릴 임직원 구성도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운영 자금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기존 야구협회는 운영 자금이 밑천을 드러낸 상황이다. 함부러 손을 댈 수 없는 기금이 적립돼 있지만 전용하기는 어렵다.
또 이전 협회 집행부 때 불거진 법적 송사건도 마무리가 필요하다. 전임 대한야구협회장 시절, 협회는 파벌 싸움이 치열했다. 그 과정에서 협회장을 두둔하는 세력과 반대파들간 권력 암투가 심했고, 그 과정에서 송사가 있었다. 아직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않았다.
김 후보가 대화합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새롭게 한 식구가 된 엘리트 야구인들과 아마추어 야구인, 게다가 소프트볼인들까지 하나로 뭉치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건 간단치 않다. 우선 입김이 센 시도야구협회장들을 하나로 뭉치도록 만드는 게 우선과제로 일 것 같다.
또 결국 KBO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소원해진 관계 회복도 통합 회장이 서둘러 해야할 일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