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이경규 없는 '몰래카메라'가 가능할까.
1991년 4월 첫 선을 보인 당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몰래카메라'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MBC 예능국의 대표 콘텐트로 자리매김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25주년을 맞이한 '몰래카메라'를 2016년 감각에 맞추어 새롭게 탈바꿈했다. '맞춤형 몰카', '출장 몰카'가 그것. 누군가를 몰래 속이는 기본 골자는 유지하되, 시류를 반영해 좀 더 신선한 시도를 가미하겠다는 취지다. 출연자(MC)5명을 두 팀으로 나눠, 각 팀이 '의뢰인'에게 의뢰를 받아 특정인을 속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30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는 새 예능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안수영 PD를 비롯해 MC진 윤종신, 이수근, 김희철, 존박, 이국주가 참석했다. 먼저 하이라이트 영상 상영에 이어 포토타임까지, 제작진과 출연진에게서는 자신감 넘치는 웃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분위기, 하지만 부담감도 있다. '몰래카메라'는 비교적 수월하게 관심을 끌 수 있는 '공인된' 콘텐트인 반면, 진부한 '공식'을 답습할 경우 오랜 명성에 흠집을 내는 악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
이에대해 연출을 맡은 안수영 PD는 "과거 90년대의 '몰래카메라'에서 이경규씨와 함께 했었다"고 말을 시작했다. 이어 "'몰카'는 자극적인 소재임이 맞다. 자칫 불쾌해질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진지하고 다크해질 수 있지만, 다루기에 따라 충분히 유쾌하고 재밌어 질 수 있는 소재인 만큼, 언젠가는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찰예능의 시대에서 가장 리얼하고 '농밀'한 소재가 바로 '몰래카메라'"라고 장점을 설명하며 "속는 사람이 최대한 유쾌하게, 보는 사람도 즐거운 방송을 만드는 것이 제작진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몰래카메라'의 상징과 같았던 이경규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도 급선무. 안수영 PD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라'라는 말이 있다.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으면 부대가 뜯어진다"며 의미심장한 말로 운을 뗐다. 이어 "'몰래카메라'를 좋은 술(명주)로 만들려면, 새 부대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몰래카메라'를 다시 한다고 했을때 이경규씨에게 제안을 했었고, 그 역시 관심이 있었지만, 3번이나 다시 '몰래카메라'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셔서 사양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윤종신은 "사실 이경규 선배가 워낙 큰 업적을 이루었던 콘텐트라서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더 이상 어떻게 잘할 수 있을 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해 보니 색다른 재미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속인다'는 방식은 똑같지만, 조금 더 인간적인 면모를 가미한, 버라이어티한 방송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몰래카메라'는 특성상 '속는' 쪽이 몰래카메라임을 알아채면 긴장감과 재미는 반감되고 만다. 최근의 연예인들은 눈치가 빠르고 노련하다. 어설픈 '속임수'에는 넘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5MC를 내세운만큼 , 5명에 대한 주변 연예인들의 경계심은 더 커질수 밖에 없는 상황. 윤종신은 이에대해 "그 점에 대해 회의를 많이 했다. 아무래도 프로그램이 잘될수록 속이기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5MC보다는 주로 '의뢰인'이 속이는 방식이라서 오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이수근은 "코미디언으로 오래 살다보니, 순간순간 아이디어를 짜내는 대처 능력은 자신있다"며 "속는 분이 중간에 알아차리는 위험이 있겠지만, 즉석으로 상황을 만들어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안수영 PD는 "주말 예능 격전지로 왔다. 전작인 '진짜사나이'가 많은 시청층을 아우르며 사랑받았지만, 그 애청자들을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재미를 드리겠다"고 말하며 제작발표회를 마감했다.
첫 게스트는 이적과 설현. 최고의 스타들이 어떤 방식으로 속았을 지, 12월 4일 오후 6시 45분 첫 방송된다.
ssale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