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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비' 허정은X오지호, 최약체 탈출기와 남겨진 숙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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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새 수목극 '오 마이 금비'는 어떻게 최약체 평가에서 벗어났을까..

'오 마이 금비'는 방송 전까지만해도 수목극 최약체로 분류됐다.

경쟁작인 SBS 수목극 '푸른바다의 전설'은 전지현과 이민호라는 초호화 캐스팅으로 초반부터 공격적인 홍보 마케팅에 나섰다. MBC 수목극 '역도요정 김복주'는 이성경 남주혁 등 청춘스타들을 기용해 1020 팬심을 공략했다. 반면 '오 마이 금비'는 아동치매에 걸린 딸과 그 딸을 보살피는 평범한 아빠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베테랑 배우인 오지호와 박진희가 뒤를 받치고 있긴 하지만 아역 배우 허정은이 얼마나 활약해 줄 것인지에 따라 드라마의 완성도가 갈릴 수밖에 없었다. 또 아동 희귀병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시청자에게 어필할지도 미지수였다. 자칫 잘못하면 신파로 흐를 수 있다는 위험 부담도 있었다.

그러나 '오 마이 금비'는 방송 시작과 동시에 이 모든 우려를 씻어냈다. 일단 KBS2 월화극 '동네 변호사 조들호'와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쌓아온 허정은의 연기 포텐이 터졌다. 열 살 아이답지 않은 다채로운 감정 연기와 똑 떨어지는 케미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지난 4회 엔딩에서 보여준 1분 고백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해당 장면은 유금비(허정은)가 자신이 니만피크병으로 기억을 잃다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고백하는 신이었다. 허정은은 공허하고 덤덤한 표정 연기로 이 신을 소화했다. 아직 세상을 얼마 살아보지도 않은 어린 아이가 심플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사실에 오히려 슬퍼진 건 시청자였다.

여기에 오지호의 코믹 연기와 박진희의 절제된 내면 연기가 합쳐지며 '오 마이 금비'는 연기 구멍 없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받고 있다. 시청률 면에서도 '역도요정 김복주'를 제치고 수목극 2위를 사수하는 중이다.

29일 서울 중구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정성효 KBS 드라마 센터장은 "골리앗과의 싸움을 한다고 한다. 솔직히 의식 안하진 않지만 좋은 작품, 착한 작품이라고 해주시면 좋겠다. 좋은 작품 만드는데 매진하고 있다. 시국이 좋지 않은데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 '가을동화' 등 연기 잘하는 아역은 많았다. 하지만 타이틀롤을 아역이 맡은 건 미니시리즈 중 우리가 처음이다. 금비가 진짜 주인공인데 연기도 잘해서 반응이 오는 경우는 처음이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김영조PD는 "허정은이 열 살인데도 연기를 잘한다. 또 사람 분위기가 있는데 허정은은 가만히 있어도 좋다. 오디션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허정은을 보자마자 딱 느낌이 왔다. 그 느낌이 맞아떨어졌다. 피곤할 때는 집중력이 떨어질 때도 있지만 연기를 잘해주고 있다. 쉽지 않을텐데 워낙 쾌활하게 잘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허정은은 "사실 우는 연기를 못하는데 감독님이 시간을 충분히 주셔서 잘 하고 있다. '나라면 어떨까' 생각하며 대사를 하는데 감정을 잘 모르겠다. 어렵긴 하다. 그래도 오지호 삼촌이 잘 가르쳐줘서 괜찮다"고 밝혔다.

오지호는 "허정은이 완벽하게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지만 처음 보는 단어도 가르쳐주면 아는 것처럼 연기를 잘한다. 타고난 끼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얼굴 근육이 좋다. 그런 부분에서 시청자분들이 반응하시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아역 배우가 출연하는 만큼 남다른 배려도 하고 있다. 아직 어린 허정은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김PD는 "낮잠시간도 보장해주고 흡연자는 접근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어른 연기자들도 협조해주고 있어서 촬영도 10~11시에는 끝날 수 있도록 한다. 촬영 없는 날에는 허정은은 학교에 가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마이 금비'에게는 남겨진 숙제가 있다. 방송 4회 만에 아이의 투병 사실을 공개한 만큼, 앞으로 극이 신파로 흘러가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만큼 웃음과 눈물 사이에서 적절한 무게중심을 잡아야 한다.

김영조PD는 "우리 드라마는 슬픔과 감동을 적절히, 자극적이지 않게 표현하는 게 숙제다. 따뜻한 감동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드라마로 사회가 1도라도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우직하게 그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지호는 "내 가족이 아프다는 건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감정이다. 아이에게 내비칠 수 없는 슬픔이다. 우리 드라마는 아이 때문에 어른들이 성장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마이 금비'는 매주 수,목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