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마. 가지마."
지난달 8일이었다. 두산 베어스가 2016시즌 홈 최종전에서 LG 트윈스를 꺾고 KBO리그 한 시즌 최다승 신기록을 수립했다. 93승1무50패. 2000년 현대에 세운 92승을 넘어섰다. 경기 후 선수단은 1루 관중석으로 이동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김태형 감독이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았고, 이후부터 한 명씩 소감을 전했다. 니퍼트, 유희관, 양의지, 민병헌 등은 "이 기세를 모아 한국시리즈에서도 꼭 우승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팬들은 환호했다. 1시간 가까이 자리를 뜨지 않고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의 응원가를 따라 부르는가 하면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하지만 윤명준 때는 아니었다. 환호가 아쉬움의 탄성으로 바뀌었다. "제가 시즌 뒤 군대를 가게 됐습니다. 한국시리즈까지 꼭 우승하고 입대하겠습니다." 팬들은 "가지마, 가지마"를 연호했다.
지난 2012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윤명준. 어느덧 우리 나이로 스물 여덟살이 됐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1군에 뛰어들었으니 올해가 프로 5년 차다. 그는 최근 국군체육부대(상무)가 발표한 신병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팀 동료 허준혁, 강동연, 최용제와 군복을 입게 됐고 다음달 12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해 6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는다.
윤명준은 30일 "시원 섭섭하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당분간 1군 무대에 못 뛰니깐 아쉽다"며 "5년 간 그렇게 잘하지도 못해서 더 아쉬운 것 같다.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질 못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이용찬 형, 홍상삼이 군대에 있을 때가 나에겐 기회였다. 내가 그 기회를 제대로 못 살린 것 같다"며 "둘이 제대했기 때문에 나도 병역 의무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이 입대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대 시절 에이스 노릇을 한 윤명준은 안정적인 투수다. 시속 140㎞ 중반대의 직구와 커브, 포크볼을 던지며 필승조 일원으로 활약했다. 그는 첫 풀타임인 2013년 34경기에서 4승1패4세이브 7홀드에 평균자책점 4.00을 찍었다. 2014년에는 61경기 7승3패 16홀드 평균자책점 5.27, 2015년에는 60경기 4승6패6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3.97이다. 올 시즌에는 어깨 상태가 썩 좋지 않았으나 55경기에서 4승2세이브 11홀드 3.9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윤명준은 "2015시즌 초반 임시 마무리를 했을 때가 가장 아쉽다. 개인적으로 큰 기회였지만, 위기를 넘지 못했다. 그 고비를 넘겼으면 성장했을텐데 제자리에서 맴돌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변명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돌아보면 몸 상태가 아쉽다. 내가 그만한 몸을 만들지 못했다"며 "지금은 쉬는 기간이고 재할을 하고 있어서 어깨 상태가 좋다"고 덧붙였다.
지난 올스타 브레이크 때 결혼을 한 그는 또 "2년 간 와이프와 아이는 처갓집에서 지낸다. 상무에서 많이 배우고 오겠다"며 "(홍)상삼이가 '시간은 잘 간다'고 하더라. '금방 제대 날짜가 오니깐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 2달 전부터 그 얘기를 했는데, 그 말만 믿고 있다"고 했다.
윤명준은 "야구할 때 선후배는 없다. 상무에서 잘 하는 선수들 보고 많이 배워오겠다"며 "하나하나 다 내 것으로 만들어오겠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