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잠잠했던 '명가' KIA 타이거즈. 2012년부터 4년간 포스트 시즌에도 나가지 못하는 '암흑기'가 있었다. 지난 2009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후 지난해까지 6년간 딱 한번 '가을야구'를 했다. 2013년, 2014년에는 연속으로 KBO리그 9개팀 중 8위에 그쳤다. 해태 타이거즈 출신의 한 야구인은 "KIA가 팀을 인수한 뒤 타이거즈다운 근성이 사라진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물론, 추상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근성'만으로 부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선수단을 아우르는 공감의 리더십, 구단 차원의 전략이 아쉬웠다.
김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5년부터 타이거즈는 기지개를 켜고,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팀 리빌딩을 앞세워 젊은 선수를 키워내 선수층을 두텁게 했고, 팀을 관통하는 응집력이 생성됐다. 김기태 체제는 내용과 성적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시즌 막판까지 치열하게 5위 싸움을 하더니, 올해는 5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올라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하는 KIA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왼손 강타자 최형우 영입을 통해 내년 시즌 목표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최형우를 잡는데 100억원을 투입했다. 어디까지나 구단 발표 금액이다. 최근 몇 년간 외부 FA 영입이 없었는데, 적지 않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승부수를 던졌다. 내부 FA 나지완을 눌러앉힌데 이어 '3할 타율-20홈런'이 가능한 외국인 타자 브렛 필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더 강한 타자를 물색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왼손 투수 팻 딘과 총액 90만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신속하게 내년 시즌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년간 KIA 사람들은 '2017년'을 자주 얘기했다. 2년간 준비해 김기태 감독의 계약 3년째인 2017년 우승에 도전해보겠다는 다짐이었다. 군 복무를 마친 내야 센터라인의 주축 안치홍-김선빈의 풀가동이 가능한 시점이다. 우승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도, 우승 경쟁이 가능한 전력을 만들겠다는 구상. 이런 밑그림 속에 최형우 영입-브렛 필 포기 등 여러가지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마운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타선은 확실하게 보강이 됐다고 해도, 전력의 기본이 되는 투수진은 또 다른 문제다. '에이스' 양현종의 해외 진출 추진에 따른 우려다. 이번 시즌 15승을 거둔 헥터 노에시를 잡는다고 해도, 지난 3년간 41승을 거둔 양현종 공백을 채우긴 어렵다. 양현종을 지우고 내년 시즌 마운드 전력을 얘기하기에는 불확실한 면이 너무 많다. 새로 가세하는 하는 팻 딘이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다고 하지만, 노에시급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윤석민을 비롯해 김진우 김윤동 홍건희 등이 내년 시즌 선발로 거론이 가능한 후보. 윤석민은 올시즌 어깨 부상으로 오랫동안 등판하지 못했다. 시즌 후반에서 불펜투수로 짧은 이닝을 소화했는데, 윤석민다운 위력적인 구위는 아니었다. 김진우는 지난 몇 년간 부상 때문에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했다. 젊은 자원 김윤동 홍건희가 이번 시즌 선발을 경험했지만, 어느 정도 성장했는 지 불확실하다. 양현종이 전력에서 이탈한다면, 확실한 선발은 노에시 한명뿐이다.
KIA가 해외진출을 추진중인 양현종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눌러앉힌다면, 이런 고민이 해소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전략적인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