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외야수 최형우(33)가 '몸값' 100억원 시대를 열었다.
KIA 타이거즈는 24일 최형우(33)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KIA 구단은 이날 오후 광주에서 협상을 진행해 4년간 계약금 40억원, 연봉 15억원, 총액 100억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최형우는 지난해 박석민(NC 다이노스)이 세운 역대 최고 몸값 96억원을 경신했다. 구단 공식 발표 기준으로 KBO리그 사상 첫 몸값 100억원이다.
계약을 마친 최형우는 "KIA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 내 가치를 높게 평가해준 KIA에 감사드린다"며 "나를 키워준 삼성을 떠난다는 것이 많이 아쉽다. 그동안 성원해 준 삼성 관계자들과 팬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최형우는 지난 2002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11시즌 동안 통산 타율 3할1푼4리, 234홈런, 911타점, 705득점을 수확했다.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건 올 시즌이다. 4번 타자로 138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7푼6리(519타수 195안타), 31홈런, 144타점을 기록했다. 타율과 최다 안타, 타점 부문 1위, 타격 3관왕이다.
KIA는 이런 검증된 4번 타자를 영입하기 위해 100억원을 베팅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여전히 건강하다는 점, 스윙 스피드가 느려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화끈하게 지갑을 열었다. KIA는 최형우에 김주찬, 이범호, 나지완으로 막강한 중심 타선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KIA는 최근 몇 년간 마땅한 해결사가 없어 고전했다. 외국인 타자 브렛 필도 클러치 능력이 떨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장에 나온 '타점왕' 최형우는 아주 매력적인 존재였다.
삼성에서 줄곧 좌익수로 뛴 최형우는 KIA에서도 같은 포지션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타격에 비해 수비가 빼어난 편은 아니지만 그의 이름값을 볼 때 포지션 이동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번 영입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또 치열한 내부 경쟁이다. 주전 한 자리가 보장되지 않은 김호령, 신종길, 노수광, 오준혁, 내야수 김주형, 서동욱 등이 캠프에서부터 살아남기 위해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한다. 현재까지는 유격수 김선빈, 2루수 안치홍, 3루수 이범호, 지명타자 나지완, 외야수 최형우, 김주찬에 조만간 영입할 외국인 선수만 자신의 자리가 있다.
다만 이 같은 긍정적인 효과에도 KIA가 발표한 금액이 사실인지, 의심의 목소리가 높다. 그간 최형우를 둘러싼 다양한 소문 때문이다.
먼저 최형우가 일찌감치 밝힌 FA 목표액이다. 그는 지난해 2월 전지훈련에서 "120억원을 받고 싶다"는 목소리를 당당히 냈다. 다른 FA들이 이미 엄청난 대접을 받은 상황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여기서 120억원은 A선수가 B구단과 FA 계약을 하며 받은 액수다. B구단은 축소된 액수로 발표했지만, 타 구단 선수들은 A가 120억원 안팎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액수를, 최형우가 기준으로 삼았다.
또 하나, 최근 최형우를 둘러싸고 나온 금액, 130억원이다. 지난 17일 15명의 FA들이 공시되고 삼성 고위 관계자가 "집토끼를 잡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23일까지 FA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최형우가 130억원을 원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삼성은 물론 여러 곳에서 흘러나온 액수다.
하지만 KIA가 100억원에 최형우를 잡았다는 공식 보도자료를 냈다. 계약금 40억원에, 연봉은 이 부문 1위 김태균(16억원·한화 이글스)보다 1억원 적은 15억원이다. 과연 이 금액이 맞을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C구단 관계자는 "삼성도 100억원이 넘는 액수를 제시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데 KIA 발표액이 100억원이다. 쉽게 믿을 수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통큰 투자를 한 KIA는 내년 시즌 목표가 우승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몇 년간 2017년을 바라보며 리빌딩을 해온 타이거즈다. 과연 KIA느 최형우 영입효과를 볼 수 있을까. .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