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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①] "기다려·사랑해·약속해"…박지은표 언어 연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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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입에 찰싹 달라붙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맛깔나고 차진 박지은의 언어 연금술이 시작됐다. 고작 3회, 벌써 곱씹게 되는 명대사의 향연이다.

지난 16일을 시작으로 17일, 23일까지 3회 연속 수목극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 중인 SBS 수목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박지은 극본, 진혁 연출)은 판타지를 가미한 달달한 로맨스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영상미, 그리고 인어 심청으로 완벽히 변신한 전지현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추며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다.

배꼽 잡게 웃긴 코믹한 연기에도 전매특허 예쁨을 잃지 않는 전지현은 매회 화제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이유. 하지만 이보다 앞서 시청자의 마음을 움켜쥔 대목은 믿고 보게 되는, 믿고 듣게 되는 박지은의 차진 '대사빨'이다.

먼저, '푸른바다의 전설' 첫 방송에서는 인어 심청과 허준재(이민호)의 운명적인 만남이 그려졌고 이날 방송의 엔딩에서 가슴을 울리는 박지은 작가의 명대사가 등장했다. 1회 내내 말 한마디 없었던 심청.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허준재가 다시 돌아왔을 때 "'기다려'라는 말은 곧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말. 내가 파도처럼 잠시 멀리 가 있어도 내 친구가 곧 찾아올 거라는 말. 그러니 행여 주변에 상어처럼 무서운 누군가가 주변에 있어도 겁먹고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 나의 친구가 내가 아프지 않길 바라지 않는다는 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말.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말"이라는 속말을 읊조렸다.

심청이 허준재로부터 인간의 말을 배울 때 처음 듣게 된 단어가 바로 '기다려'였던 것. 다시 돌아온 허준재에 대한 심청의 감정을 올곧이 표현한 단어였다. 이 대사는 방송 직후 시청자의 뇌리에 강렬히 꽂히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이어 '푸른바다의 전설' 2회에서는 로맨스의 꽃이라 불리는 사랑 고백이 이어졌다. '최고는 사랑이다'라는 허준재의 노래 가사에 궁금증을 가진 심청. 그는 허준재에게 '사랑'의 뜻을 물었고 그때 허준재는 "사랑은 사실 좀 위험한 거야. 만약에 네가 누굴 사랑한다는 것은 항복이란 거야. 네가 진 거야. 다시 말해 네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의 말을 다 믿게 되는 거지. 큰일 난다는 소리야"라고 설명했다. 심청은 허준재의 설명을 듣고 곧바로 "사랑해"라며 돌직구 고백을 던졌고 이는 곧 보는 이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로맨스 장르에서 주로 하이라이트, 클라이맥스에 터트리는 '사랑'. '푸른바다의 전설'에서는 전반전부터 사랑에 눈뜬 심청의 모습을 공개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기가 막힐 정도로 사랑과 항복을 접합한 박지은의 내공이 2회를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지난밤 방송된 '푸른바다의 전설' 3회 또한 명대사의 향연은 끝나지 않았다. 심청에게 조금씩 마음이 동한 허준재.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심청이 못내 걱정돼 함께 서울로 가자고 제안했다. 허준재는 "내가 너 서울 가자고 꼬시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오해는 하지 말고 들어. 서울엔 네가 좋아할 만한 게 참 많아. 예를 들면 맛집 같은 거. 네가 먹는 걸 좀 좋아하니? 아무 때나 막 배고프고. 그리고 한강이라는 데가 있는데 가을 되면 거기에서 불꽃놀이란 걸 해. 나는 63빌딩이 명당에서 보곤 하지. 그게 또 어마어마한데…, 내가 같이 보게 해줄게. 나랑 같이"라며 심청을 설득했고 심청 역시 고민 끝에 바다를 떠나 허준재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밝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심청을 본 허준재는 "너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야"라며 '약속'이라는 단어를 심청에게 입력했다.

안타깝게도 허준재와 함께 서울행을 못하게 된 심청. 하지만 허준재가 가르쳐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먼 바다를 헤엄쳐 서울까지 오게 됐다. 참으로 어려웠던 약속 지키기. 심청은 그 어려운 걸 해내고 말았고 이후에도 '약속'에 대한 무게를 재차 곱씹으며 뭉클한 진심을 전했다.

번외로 지난주 뭉클하고 달달했던 대사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푸른바다의 전설'. 이번 주엔 시청자를 배꼽 잡게 웃기며 존재감을 드러낸 대사도 등장했다. '푸른바다의 전설' 3회에서는 '약속해' 외에 '친구 먹다'에 대해 섬뜩한(?) 정의를 내린 것.

허준재를 찾아 서울까지 오게 된 심청. 그를 찾아 헤매던 중 불량학생이 한 학생을 상대로 돈을 뜯는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심청은 앞서 똑 부러지는 초등학생으로부터 '삥을 뜯는 건 안 좋은 행동'이라 배운바. 불량학생에게 호기롭게 "삥 뜯지 마"라며 으름장을 놨고 남다른 괴력으로 의도치 않게 불량학생들을 정리하게 됐다. 이런 심청의 모습을 본 한 불량학생은 "쟤랑 친구 먹었어"라며 도망갔고 '친구를 먹다'라는 단어를 곧이곧대로 해석한 심청은 깜짝 놀라며 "친구를 먹었다고? 친구는 먹는 거 아니야. 먹지 마, 딴 거 먹어. 친구 먹고 그러면 안 된다"라고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생각지도 못한, 예상하지 못했던 '친구 먹자'에 시청자는 허를 찔린 셈. 사소한 단어 하나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고 코믹하게, 쫀득하게 풀어낸 박지은 작가의 '대사빨'은 시청자가 수, 목요일 밤 '푸른바다의 전설'을 매회 기다리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오늘(24일) 밤 방송되는 '푸른바다의 전설' 4회. '기다려' '사랑해' '친구 먹자'에 이어 어떤 차진 대사가 시청자를 울고 웃게 만들지 관심이 쏠린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SBS '푸른바다의 전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