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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엄태화-엄태구 형제, 제2의 류승완-류승범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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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엄태화 감독과 배우 엄태구 형제가 충무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한국 영화계에 색다른 활력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어디서 본 적이 있는 듯 하다. 바로 이전 충무로에는 류승완 류승범 형제가 있었다. 류승완 감독은 지난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다찌마와리'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짝패' 등을 내놓으며 한국형 액션 장르의 대표 감독으로 떠올랐다. 또 '부당거래' '베를린' 등으로 사회문제 남북문제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표출했고 지난해 '베테랑'으로 1000만 영화도 만들어냈다.

이 가운데 동생 류승범의 역할도 컸다. 류승완 감독과 류승범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부당거래'에 '베를린'까지 함께 하며 충무로 대표 형제 감독 배우로 떠올랐다. 하지만 류승범이 형 류승완 감독에게만 의존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품행제로' '사생결단' '방자전' '페스티발' '용의자X' '나의 절친 악당들'에 최근 '그물'까지 자신만의 연기세계를 그렸다.

이런 형제가 충무로에 또 다시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엄태화 감독과 배우 엄태구가 그 주인공이다. 엄태화 감독은 최근 의문의 실종사건 후, 시공간이 멈춘 세계에 갇혀 홀로 어른이 되어 돌아온 성민(강동원)과 그의 말을 믿어준 단 한 소녀 수린(신은수)의 이야기를 그린 '가려진 시간'을 선보였다.

'가려진 시간'은 지금껏 볼 수 없던 신선한 스토리와 강동원-신은수의 섬세한 연기로 이미 주목받고 있는 작품이다. 엄태화 감독은 2012년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 대상을 수상한 단편 '숲'을 선보이며 충무로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어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큰 화제를 모은 독립영화 '잉투기'를 선보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리고 올해 톱스타 강동원을 캐스팅한 판타지 영화 '가려진 시간'을 선보이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가운데 동생 엄태구가 있다. 엄태구는 '숲'과 '잉투기'에 이어 엄태화 감독의 첫 상업영화 '가려진 시간'에서까지 형과 호흡을 같이 했다. 엄태구는 '가려진 시간'에서 태식 역을 맡아 묵직한 존재감과 탄탄한 연기력으로 영화의 몰입감을 더했다.

하지만 엄태구가 엄태화 감독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 '인간중독'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고 '차이나타운'과 '베테랑'을 통해 임팩트 있는 조연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올해는 '밀정'에 일본 경찰 하시모토 역으로 출연해 특유의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제 37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후보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엄태화 감독과 엄태구는 지난 18일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서로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기도 했다. 엄태구는 "'가려진 시간' 촬영현장에서도 평소처럼 편하게 느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형과 작업하면 편하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다"며 엄태화 감독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엄태화 감독은 "강한 인상과는 다르게 로맨틱 코미디와도 잘 어울리고, 유약한 이미지의 캐릭터도 잘 소화해낸다. 다양한 역할을 잘 표현하는 모습들이 앞으로 더 보여질 것이라 믿는다"며 동생에 대한 극찬을 쏟아내기도 했다.

충무로의 대표 감독과 배우로 떠오른 류승완 류승범 형제처럼 엄태화 엄태구도 한국 영화계에 존재감을 과시하는 형제가 될 수 있을까. '가려진 시간' 이후 그들의 활약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