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이 류중일 전 삼성 라이온즈 감독 얘기를 하며 한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김 감독은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열린 '스포츠투아이 야구학교'에 내빈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대표팀 선수 구성, 조별 전력구도 등 내년 3월 펼쳐지는 WBC에 대한 생각들을 과감없이 드러냈다.
특히 류중일 전 감독을 언급하며 국내 지도자 거취와 성적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김인식 감독은 "류중일 감독이 성적 때문에 잘린 거라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얼마나 우승을 많이 했나. 4년 연속 통합우승에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를 했다. 그 이후 9위를 한번 했다고 해서 그만두라고 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김한수 현 감독이 능력이 없거나 자격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돌아가는 상황이 그렇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인식 감독은 "성적보다는 그전에 있었던 삼성 선수들의 해외원정도박 의혹 등 선수단 관리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물었다고 해도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달 김한수 신임 감독을 선임하며 새 사령탑에 대해 '젊은 리더십으로 팀 전력 향상과 구단의 변화혁신을 동시에 리드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 향상과 구단의 변화혁신 두 가지가 감독교체의 이유였다.
류중일 전 감독이 물러난 첫 번째 이유는 성적 때문이다. 9위가 아니었으면 삼성 왕조를 구축했던 사령탑과 재계약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구단의 중장기적인 발전방안 역시 성적하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김인식 감독은 "우리 사회가 사람을 끌어올릴 때도 급하고, 끌어내릴 때도 급한 측면이 있다. 비교를 하면 좀 그렇지만 지난해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우리가 일본이 당한 말도 안되는 역전패를 당했다면 나를 다시 대표팀 사령탑에 앉혔겠는가. 일본은 그대로 고쿠보 감독을 기용하고 있다. 이미 수년 앞을 내다보고 감독을 선임했고, 그 계획대로 밀고나갔다. 일장일단은 있지만 우리가 좀 급하다는 느낌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식 감독은 "쓰라린 경험이 때로는 약이 될 수 있다. 그 이후에 더 큰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단한번 실수마저 용납하지 않는다면 더 큰 발전은 더 어려워진다"고 언급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