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서지혜가 SBS 수목극 '질투의 화신' 종영소감을 밝혔다.
'질투의 화신'은 질투라고는 몰랐던 열혈 마초 기자 이화신(조정석)과 의류재벌 고정원(고경표)이 생계형 기상 캐스터 표나리(공효진)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서지혜는 극중 홍혜원 역을 맡아 열연했다.
홍혜원은 보도국 앵커 출신 청와대 홍보 수석의 딸이다. 한마디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것. 이에 직장에서도 특별 관리 대상이 되며, 본인도 세상은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살아간다. 모두의 위에서 군림하는 만큼 홍혜원은 항상 당당하고 자신만만하다. 이화신에게 빠지게 된 것도 유일하게 자신에게 잘 보일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이화신과 홍혜원의 로맨스는 조금 특이했다. 미친듯한 떨림과 설렘으로 시작되는 일반 로코물의 연인과 달리 서로 필요에 의해 손을 잡는 식으로 관계가 진전되어 갔다. 홍혜원은 아버지 앞에 데려가도 기죽지 않을 남자를 찾고 있었던 터라 이화신의 자신감에 반했고, 이화신은 실력만으로는 성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홍혜원에게 끌리는 그런 관계였다.
하지만 서지혜는 그런 홍혜원을 멋지게 그려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쿨하고 당당한 여성상을 보여주며 매력을 더한 것이다. 심지어는 키스신도 그랬다. 마초라 주장하는 이화신도 꼼짝 못하게 만든 홍혜원의 저돌적인 키스신에 안방극장은 들썩했다.
"키스신을 많이 해본 적도 없었고 당해보기만 했지 내가 한적은 없었다. 고민도 많이 하고 리허설도 많이 했다. 내가 큰 편인데 안경도 쓰고 있어서 세게 못하겠더라. 곤욕스럽게 하긴 했는데 방송에서는 저돌적으로 잘 나왔다. 친구들한테 부럽다는 문자를 엄청 받았다. 드라마에 빠져있는 친구들은 난리가 났었다."
조정석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상대 배우를 잘 받아주는 배우였던 것 같다. 우리가 멜로 코믹이다 보니까 코믹 요소를 탐내시더라. 내가 하나를 주면 그걸 받아서 또 뭔가를 하려고 해서 NG가 많이 난다. 준비한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애드리브를 한 3~4개를 한다. 너무 웃겨서 촬영할 때 좀 힘들었다. 내가 리액션을 하면 계속 애드리브가 나와서 조금만 참아달라고 했다. 나는 시크하고 잘 웃지 않는 캐릭터인데 자꾸 웃음이 나와서 그랬다. 아이디어가 많은 배우인 것 같다. 어떻게 저런 디테일까지 캐치해낼 수 있을까 부럽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화신 캐릭터는 서지혜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을까.
"드라마 상에서는 어떻게 보면 남자다운, 마초적인 느낌이었다. 여자들은 다정다감한 스타일도 좋아하지만 츤데레도 좋아하지 않나. 그런 느낌에서는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만약 진짜 내 남자친구라고 했으면 되게 힘들었을 것 같다. 정말 드라마상에서의 이화신 캐릭터는 여자가 봐도 두근거린다. 모니터하면서도 연애하고 싶었다. 예전에 어릴 땐 츤데레 스타일이 좋았다. 남자답고 멋있었다. 내가 여성스러운 성격이 아니라서 나를 휘어잡을 수 있는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친구같고 같이 뭔가를 공유할 수 있는 남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결혼 생각을 해야해서 그런 것 같다."
친구들은 '스님'이라고 부른다고 할 정도로 서지혜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했다. 조정석을 두고 경쟁했던 공효진에 대해서도 칭찬을 쏟아냈다.
"알고 보니 예전에 모델 활동 했을 때 같이 CF 찍은 적이 있더라. 또 (공)효진 언니가 '여고괴담' 선배이기도 했다. 언니가 워낙 잘 챙겨주시고 편하게 해주셨다. 욕 대사가 괜찮을까 걱정했을 때도 '이 캐릭터로 변신했으면 좋겠다'고 응원 많이 해주셨다. 나도 언니 연기 스타일을 직접 보면서 많이 배웠다. 나중에 언니가 해외에 길게 있을 예정이라고 놀러오라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다."
사실 '질투의 화신'은 연기하기에 쉬운 작품은 아니었을 듯하다. 작품 자체가 남성 유방암을 비롯해 이제까지 드라마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소재들을 많이 담고 있고, 남녀간의 성차별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풍자도 많이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지혜는 김수현 작가의 SBS 주말극 '그래, 그런거야'를 끝내자마자 작품에 합류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어려움이 더했을 듯하다.
"30대가 되면서 필모그래피를 풍부하게 늘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연달아 작품을 하게 됐다.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는 어려웠다. 그림이 잘 안그려지더라. 하지만 배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말 달라질 수 있는 대본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 드라마는 작가님의 필력, 감독님의 센스있는 연출, 배우들이 합심해서 자연스럽게 잘 만들어갔던 것 같다. 물론 배우는 한 작품을 하는 동안 긴장감을 계속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힘들다. 하지만 그런 긴장감을 즐기다 보니 힘들거나 스트레스 받는 건 없었다. 김수현 작가님은 배우들이 한번은 거쳐가야할 작가님이라고 많이 배운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정말 많이 배웠다. 내 단점을 고치고 연기조를 바꾸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질투의 화신'도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고 그동안의 서지혜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질투의 화신'은 10%대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며 수목극 1,2위를 다퉜다. 화제성도 뛰어났던 작품인 만큼 서지혜의 인기도 수직상승한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서지혜는 오히려 덤덤한 반응이다.
"솔직히 20대 초중반 때는 어떻게든 뭔가 열심히 해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중간에 나도 모르게 슬럼프가 왔다. 그러면서 좀 내려놨다. 인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연기가 중요한데 왜 거기에 연연했을까 싶었다. 그냥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더 빛을 발하는 날이 올거라는 생각으로 몇년간 꾸준히 작품을 해왔다. 그리고 이런 좋은 작품으로 이슈가 되고 응원 많이 해주시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너무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은 지금도 계속한다.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서 연기를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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