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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20년 넥센 이정훈, 불혹 앞두고 은퇴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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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KBO리그 일정이 모두 끝난 11월 중순, 야구계의 관심은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쏠려있다. 이 가을의 주인공은 새로운 길을 모색중인 FA들이다. 프로야구 팀들이 내년 시즌을 구상하고 있는 시점인데, 한쪽에선 야구인생의 전환점에 선 이들이 있다. 불혹을 넘긴 이병규(42·LG 트윈스), 4년 계약이 끝난 홍성흔(39·두산 베어스), 방출이 결정된 김병현(37·KIA 타이거즈)이 은퇴와 현역 선수 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들에겐 마지막까지 스포트라이트가 이어진다. 하지만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쓸쓸히 선수 은퇴의 길에 들어선 이들이 있다.

이제 '넥센 히어로즈 투수 이정훈'은 없다. 우완 이정훈(39)은 얼마전 구단으로부터 "다른 팀을 알아보라"는 통보를 받았다. 히어로즈 구단이 25일 발표되는 보류선수명단에서 그를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젊은 투수 자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베테랑 투수가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프로에선 늘 그렇다. 떠날 때를 찾는다는 게 참 어렵다.

선수를 계속하고 싶은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kt 위즈 문을 두드렸지만 기다렸던 답이 오지 않았다. 한화 이글스 입단 테스트를 준비중에 일정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이정훈은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회복해 자신이 있었다. 그냥 은퇴하는 게 아쉬웠다. 마흔까지 1년만 더 뛰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앞으로 새 팀을 찾을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마흔을 눈앞에 둔 이정훈은 이제 선수 꿈을 접고 지도자의 길을 찾고 있다.

이정훈은 히어로즈 구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는 "팔꿈치가 안 좋았을 때 구단이 나서 수술을 하게 해줬다. 어려울 때 기회를 주셨다. 여러가지 배려에 감사한다"고 했다. 지난 2012년 시즌이 끝나고 이정훈은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했다. 히어로즈와 2년간 총액 5억원(계약금 2억원, 연봉 1억원, 옵션 1억원)에 계약했다. 프로 17년차에 처음으로 연봉 1억원을 받았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화려하지 않았지만 꾸준했다. 빛났던 시간이 길지 않았으나 묵묵히 팀에 기여했다.

부산 동래고를 졸업하고 1996년 롯데 자이언츠에 2차 우선지명. 1997년부타 올해까지 프로 유니폼을 입고 20년을 뛰었다. 2011년 고향팀 롯데에서 히어로즈로 이적해 주로 중간투수로 활약했다.

통산 528경기에 등판해, 774⅓이닝을 던지면서 35승50패17세이브56홀드, 평균자책점 4.75. 이정훈의 지난 20년을 한 줄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올해는 초반 컨디션이 떨어져 직구 구속이 130km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1군 15경기에서 3패1홀드-평균자책점 7.00, 퓨처스리그 29경기에서 3승1세이브3홀드-4.17을 기록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