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은 보류선수명단 통보일이다.
팀에서 내년에도 함께하고 싶은 선수들을 알리는 날. 이날은 곧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재계약 의사를 확정하는 날이기도 하다.
선수의 성적을 보면 구단이 잡을지 안잡을지에 대해 어느 정도 판단이 선다. 하지만 애매한 선수들이 있다. 재계약을 하기엔 좀 모자란것 같고, 그렇다고 그 선수 대신 다른 선수를 데려왔을 때 더 좋은 성적을 낸다는 보장은 쉽지않은 경우가 있다.
넥센의 경우 맥그레거와 대니 돈이 그런 케이스다. 시즌 중반 코엘로를 대신해 한국에 온 맥그레거는 14경기서 6승3패, 평균자책점 5.20을 기록했다. 영입 때부터 내년시즌을 위해 데려왔다고 했지만 지금의 성적으론 내년시즌에 잘던진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평균 6이닝 이상을 던져준 이닝 이터 능력은 좋았고, 공격적인 스타일로 한국 타자들과 맞불을 놓은 것도 좋은 평가를 받을만 했다. 하지만 한국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했다.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뿌리지만 타자들이 잘 때려냈다. 피안타율이 2할9푼9리로 높았다.
대니 돈은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5월부터 한국 야구에 적응하며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타율 2할9푼5리에 16홈런, 70타점을 기록해 팀내 타율 5위, 홈런 4위, 타점 6위를 기록했다. 볼넷 70개를 얻어냈고, 삼진은 72개였다. 팀에서 데려올 때부터 컨택트 능력이 좋은 중거리 타자라고 했던 것이 딱 맞았다. 다만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홈런은 치지 못하더라도 찬스에서 안타를 칠 것 같은 강력함은 보이지 않았다. 득점권 타율이 2할9푼7리로 평상시와 다르지 않았다.
kt도 피어밴드를 놓고 고심중이다. 내년시즌부터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를 3명만 보유할 수 있게 된 kt는 이미 새 외국인 투수로 돈 로치를 85만달러에 영입했다. 외국인 투수로 남은 자리는 하나다. 피어밴드는 넥센과 kt에서 뛰며 7승13패 평균자책점 4.45를 기록했다. 넥센에서 19경기에 나서 5승7패, 평균자책점 4.64를 기록했고, kt로 이적한 뒤엔 12경기(선발 11경기)에서 2승6패, 평균자책점 4.16을 기록했다. 2년간 한국에서 뛰어 한국 야구에 적응이 됐다는 점과 왼손 투수라는 점은 나쁘지않다. 하지만 kt가 내년에 꼴찌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더 강력한 외국인 투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
KIA는 지크와 브렛 필을 고민하고 있다. 스프루일은 150㎞가 넘는빠른 공을 뿌린 투수인데 올시즌 10승13패 평균자책점 5.27에 그쳤다. 기대만큼의 성적은 아니다. 내년시즌 지크가 한국야구에 적응해 더 잘던질 수도 있겠지만 한국 타자들이 지크에 적응해 더 잘칠 수도 있는 상황. 2014년부터 3년째 KIA에서 활약한 필은 통산 타율 3할1푼6리, 61홈런, 86타점을 올렸다. 매년 3할 타율에 20개 안팎의 홈런을 때려내는 꾸준한 타자다. 그러나 임팩트가 약하다. 올시즌 득점권 타율이 2할8푼4리로 시즌 타율보다 떨어졌다. 아무래도 거포형 타자가 많지 않은 KIA이기에 브렛 필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재계약을 하지 않을경우 다른 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일 수도 있는 선수라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만해도 당연히 잡아야하는 투수였던 롯데의 린드블럼과 레일리는 1년만에 평가가 바뀌었다. 고민이다. 린드블럼은 10승13패에 평균자책점 5.28을 기록했고, 레일리는 8승10패,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했다. 린드블럼은 평균자책점이 지난해와 비교해 1점 이상 높아졌다. 제구가 잘되지 않으면서 타자들에게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되지 못했다. 지난해 11승에 3.9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레일리도 올해는 조금 못미치는 성적이다. 그러나 지난해의 모습이 고민하게 한다. 지난해처럼만 던져준다면 바꿀 이유가 없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확신을 가지고 데려올 선수를 찾았다면 모를까. 일단 재계약 통보를 한 뒤 새 외국인 선수 후보와 저울질할 가능성이 높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