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수목극 '오 마이 금비'는 최강자가 될 수 있을까.
KBS2 '공항가는 길', SBS '질투의 화신', MBC '쇼핑왕 루이'가 10일 동시 종영한다. 이후 KBS2 '오 마이 금비', SBS '푸른 바다의 전설', MBC '역도요정 김복주'가 일제히 전파를 탄다. 지상파 3사 수목극이 모두 동시에 종영하고 시작하는 만큼, 어떤 작품이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인지 또 승기를 잡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상파 3사 새 수목극 중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는 것은 '푸른 바다의 전설'이다. '별에서 온 그대' 신드롬을 불러온 박지은 작가와 전지현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데다 한류스타 이민호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과연 '오 마이 금비'는 이 거대작에 맞서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오 마이 금비'는 로맨틱 코미디인 '푸른바다의 전설'이나 '역도요정 김복주'와는 결이 다른 작품이다. '푸른바다의 전설'이나 '역도요정 김복주'가 청춘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 마이 금비'는 '인생에서 진짜 행복이 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다.
작품에는 어딘가 결핍이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유금비(허정은)는 부모의 존재를 모르고 자라왔다. 그러다 친아빠가 살아있다는 소식에 제 발로 모휘철(오지호)을 찾아간다. 10년 만에 처음 만난 부녀는 애틋한 부녀 상봉의 눈물을 흘리는 대신 물고 뜯는 길을 택한다. 하지만 미운 정 고운 정 들어가며 두 사람은 처음으로 따스함을 느낀다. 여기에 마음 속 싶은 상처를 숨긴 천사 고강희(박진희)까지 만나면서 사랑과 행복의 맛을 조금이나마 보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유금비에게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니만파크 병이 발병해 기억을 잃어가게 됐다.
얼핏 보면 희귀병에 걸린 아이를 돌보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통해 신파를 이어가는 클리셰 드라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오 마이 금비'는 그런 뻔한 노선을 걷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아동 치매라는 희귀병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분위기는 무겁거나 가라앉지 않는다. 결핍이 있는 이들이 만나 서로의 아픔과 공허함을 채워주고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내며 '진짜 인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출연진 역시 믿고볼 만 하다. KBS2 월화극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트라우마로 말문이 막힌 영은 공주 역을 맡았던 허정은, '직장의 신' 이후 3년 여만에 KBS에 복귀한 서흔이 아빠 오지호, '개념 연예인' 박진희가 극을 이끌고 오윤아 이지훈 서현철 이인혜 등이 힘을 보탠다.
퀄리티도 신뢰가 생긴다. '오 마이 금비'는 2016년 7월 KBS 미니시리즈 경력작가 대상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다. 앞서 '쇼핑왕 루이' 역시 오지영 작가의 데뷔작이었지만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으로 탄탄한 퀄리티와 신인 작가의 재치로 클리셰를 뒤틀며 좋은 성적을 냈던 만큼 '오 마이 금비'도 의외의 저력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또 '아이리스' '포도밭 그 사나이' '장영실' 등을 연출했던 김영조PD, '감격시대' '짝퉁 패밀리' 등을 만든 안준용PD가 공동 연출을 맡아 따뜻하면서도 스펙터클한 영상을 기대하게 했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영조PD는 "이 작품 연출을 맡을 때는 경쟁작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화제가 많이 되더라. 차별점보다는 우리 작품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은 남들과의 비교와 각박한 현실 속에 갇혀 내가 진짜 누구인지는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나쁜 기억도 쌓이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 금비(허정은)는 열 살이라 기억도 별로 없는데 그마저 잃어가게 된다. 기억을 잃은 아이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인생이 무엇인지 얘기를 나눠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이 작품의 주제가 너무 좋았다. 미니시리즈라고 해서 화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가족 중심의 따뜻한 이야기도 잘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동치매라고 하니 신파라고 생각하실텐데 그렇지 않다. 속도감이 굉장히 빠르고 웃기고 재밌다. 사건이 극악스럽지는 않다. 톤이 너무 세면 금비 이야기가 흥미위주로 갈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배우들이 굉장히 잘해주고 있어서 재밌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지호는 "나도 가정을 갖게 됐고 부성애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가 조금만 열이 나도 가슴이 정말 아프다.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고 그렇다. 이 드라마의 캐릭터는 결핍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다. 가장 중요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만큼 감동과 희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실 것 같다"며 "우리의 필살기는 허정은이다. 사실 미니시리즈를 그동안 많이 해왔지만 이번엔 가슴 깊이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연기를 하려 노력하고 있다. 결핍있는 사람들의 가슴 따뜻한 감동 이야기가 강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진희는 "가정을 꾸리다 보니 가족애를 그린 작품에 더 매료되는 것 같다. '기억'은 아이를 잃는 역할이었고 이번엔 금비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역할이다. 그러다 금비가 치매를 앓게 되면서 마음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나중에 딸에게 '엄마가 좋은 작품에 출연했다'고 의기양양하면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또 금비 이야기라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고 아이를 통해 세상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진실과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마이 금비'는 16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