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을 축하하러 왔다. 타이 색깔도 맞췄다."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좌절한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대인배였다. 그가 시상식에 걸치고 온 넥타이 색깔은 FC서울의 상징인 검붉은색이었다. 최강희 감독도 감독상 후보에 올랐지만 3년 연속 수상에는 실패했다. 우승을 놓치는 순간 최 감독도 황 감독의 수상을 예감했다. 검붉은 넥타이 색깔의 다른 이름은 배려였다.
MVP(최우수선수)는 광주의 정조국에게 돌아갔지만 '우승=감독상' 등식은 성립됐다. 2016년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사령탑은 FC서울의 극적인 우승을 이끈 황선홍 감독이었다. 황 감독은 8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에서 '클래식 감독상'을 수상했다.
서울은 올 시즌 클래식 최종전에서 전북을 1대0으로 꺾고 2012년 이후 4년 만의 K리그 정상에 등극했다. 1985년, 1990년, 2000년, 2010년, 2012년에 이어 통산 6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대반전이었다. 전북은 비기기만해도 우승이었고, 서울은 무조건 이겨야 했다. 그 문을 통과했다. 박주영이 후반 13분 천금같은 결승골을 터트리며 올 시즌 K리그 맨 꼭대기에 올랐다.
황 감독은 지난해 포항 사령탑에서 물러난 후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유럽에서 '축구 공부'를 하며 새로운 미래를 설계했다. 공백은 길지 않았다. 최용수 감독이 시즌 중인 6월 K리그에서 중국 슈퍼리그로 말을 갈아탔다. 장쑤 쑤닝의 영입 제의에 구단도, 팬들도 수락했다. 그러나 시즌이 한창인 급박한 상황이었다. 서울은 최 감독의 후임으로 황 감독을 선택했다. '유일한 대안'이었고, 황 감독도 수락했다. "서울의 감독직 제안을 받고 당황스러웠고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유럽에 가서 보면서 생각을 해본 것이 우린 왜 바이에른 뮌헨(독일)처럼 독보적인 팀이 없을까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가고 싶은 팀, 선수들이 플레이하고 싶은 팀 등 희망과 꿈을 주는 팀이 절실하다. 그 팀이 FC서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7개월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지만 낯설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K리그에선 4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연패에 다시 빠졌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5연승으로 흐름을 돌려놓은 데 이어 승부처인 스플릿 5라운드에선 4승1무를 기록하며 전북 천하를 무너뜨렸다. 황 감독은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후 K리그 12승4무6패를 기록했다.
황 감독은 "내가 이 상을 받아도 되나 모르겠다. 과분한 상이다. 후반기에 부임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데 믿고 따라와준 선수들과 언제나 서울을 응원해 주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이 상황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다. 전혀 상상을 못했다. 너무 급작스러운 변화였다. 어려움이 많았다. 올 시즌 끝났는데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작을 안 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내년에 잘 만들어서 정말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용수 감독을 언급했다. 그는 "전임 감독인 최용수 감독에게도 감사하다. 감독상 다 드릴 순 없고 반만 드리겠다"며 웃은 후 "마지막 경기 하기 전에도 최용수 감독과 이야기를 했다. 서로 배울 점, 도움도 주고 받는다. 여러 가지 정보를 공유하는 편이다. 내년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최 감독과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강조했다. 최강희 감독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예의를 잊지 않았다. "사실 감독상은 최강희 감독님께서 받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보다 오랜 기간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그 부분은 존중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황 감독은 '역전의 명수'로 다시 한번 이름값을 했다. 2016년은 2013년 드라마의 속편이었다. 황 감독은 포항 사령탑 시절 마지막 승부에서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전 상대는 울산이었다. 승점 2점 앞선 울산은 비기기만해도 정상이었다. 하지만 우승컵의 주인은 포항과 황 감독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이 터졌다. 황 감독은 그 해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극적인 우승과 반전 수상을 3년 만에 고스란히 재연하며 두 번째 최고 감독의 영예를 안았다.
내년에는 ACL 정상을 정조준하고 있다. 서울은 올 시즌 ACL 4강에서 전북에 덜미를 잡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황 감독은 "꿈과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 ACL 우승이 가면 갈 수 록 어렵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다. 잘 준비해서 내년엔 멋지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울로선 아쉬움이 있었다. K리그는 1983년 세상에 나왔다. 우승팀에서 MVP와 감독상을 배출하지 못한 것은 각각 3차례와 2차례에 불과했다. 서울은 MVP 후보로 오스마르를 내세웠지만 39표를 득표, 정조국(46표)보다 단 7표가 모자랐다. 서울은 2010년 우승 당시는 MVP와 감독상을 모두 준우승팀인 제주에 모두 헌납했다. 베스트 11의 경우 오스마르, 고광민(이상 수비), 아드리아노(공격) 3명을 배출한 데 만족해야 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