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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회 인터뷰②] '라스' CG팀 "연말 시상식, 그래픽상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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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박현택 기자] 게스트는 신선한 재료다. 4MC는 그들을 요리한다. 제작진은 요리를 그릇에 담는다.

수많은 단골 손님을 거느린 맛집, '라디오스타'는 마지막으로 갖가지 향신료와 양념으로 더 먹음직스럽게 '업그레이드' 한다. 바로 CG(컴퓨터 그래픽)팀의 역할이다.

비중 없이 스쳐지나갈 수 있는 순간도 CG가 살려내기도 하고, 웃음이 없었던 장면에서 웃음을 창조하기도 한다. 야외 버라이어티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아님에도 수려한 '그림'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전매 특허가 된 '폭탄', '장대 비', '코스튬'과 같은 CG는 물론, '라스'가 만들어낸 다양한 기법들은 이제 예능가에서는 바이블로 여겨지기도 한다. PD들 사이에서는 마치 미용실을 찾은 고객처럼 "'라스'처럼 해주세요"라고 의뢰하는 경우도 다반사.

적지 않은 힘을 보태고 있지만, 방송 500회를 맞이한 '라디오스타'의 주인공은 역시 스타들 또는 PD들이다. 좁은 책상 위에서 컴퓨터와 씨름하며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면서도, 내심 서운한점도 있다며 웃는 '라스' CG팀과 만났다. 팀장을 비롯한 CG팀 4인과 조연출이 포진한 연출팀 3인 사이에서 진행된 인터뷰. '구현하는 이'와 '의뢰하는 이' 사이의 정겨운 긴장감까지 흘렀던 현장을 조명한다.

- '라스'의 시청률에서 CG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라고 자부하시나요.

▶(류재원 CG팀장) 솔직하게 말하자면, 조금 루즈하거나 재미가 부족한 주에는 CG의 양이 조금 많아지는 건 사실이죠. 하하. 비중이 적다고는 못하겠어요.

(CG팀 김보라) 처음에는 '라디오스타'의 방송시간이 20분이었어요. 그때는 CG 담당자도 겨우 1명이었는데, 점점 방송시간이 길어지면서, 현재는 라스 CG팀만 10명이 됩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온거죠. 그것만 봐도 큰 비중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 10배로 CG팀 인원이 늘어난 것은 대단하네요.

▶(류재원 CG팀장) 전체 방송가에 CG의 사용량을 늘리는데 한몫 했다고는 생각하죠. 그런데 다소 우려되는 것은, 사실 프로그램마다 아이덴티티가 정해져 있는데, 다른 프로그램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조금 아쉽죠. PD들께서 프로그램을 하나만 하는게 아니고 회전을 하시니까, 다른 프로그램에서 '라스'에서 쓰던 것을 양념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봤어요. 어떤 분은 "'라스'에 들어간 방식대로 좀 만들어주세요'라고 의뢰하시는 경우도 있고요."

- 확실히 출연자에게 코스튬을 입히는 CG는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굉장히 많이 쓰이는 것 같아요. '라스'만의 것이었던 것 같은데.

▶(류재원 CG팀장) 사실 CG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라면이나 인스턴트 음식 같은 것이에요. 그런 자극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면, 점점 더 강한 작업을 원하게 되시죠. 그런 부분은 걱정입니다. 예전에는 '라스'가 가장 센 편이었는데, 이제는 종편에서도 CG량이 매우 많아요. 아무래도 CG를 안 넣으면 작업을 안한 것 같은 강박을 느끼게 되시나봐요.

- 사실 웃음의 요소가 전혀 없는 부분에서도 CG로 웃음을 만들기도 하는데요.

▶(류재원 CG팀장) 그래서 사실 저희가 녹화장에 한 번 가볼 때가 있는데, 굉장히 정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아, 편집의 힘이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긴 해요. 그런데 편집해서 가져온 것을 보면, PD들이 편집을 잘 하는구나.. 그런데 거기에 또 CG의 힘이 들어가는 거죠.

- CG팀의 노력이 있는데, 사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합니다.

▶(CG팀 김보라) 서운한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예를들어 시상식에서 출연자나 PD님이 수상소감을 하면, 저희도 사람이니까 '혹시나' 하면서 기다리면서 듣게되거든요. 그런데 CG팀 언급이 없으면 '너무하다 PD님, 한마디도 없어…' 라고 생각하면서 삐치게 되요.(웃음)

- 연말 시상식은 출연자와 연출자 위주. 한 해의 수고는 무엇으로 보상받을까요.

▶(CG팀 김보라) 저희도 외국처럼 컴퓨터 그래픽상이 있었으면 좋겠죠. 하하. 아직 CG에 대한 인식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지는 않아요.

(류재원 CG팀장) CG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지만, 말로만...(웃음) 그래도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CG에 대한 위상이 과거보다는 많이 커졌죠.

- 마치 직업병처럼 아무래도 다른 예능 볼 때도 CG를 눈 여겨 보게 되나요.

▶ (CG팀 김보라) 사실 '우와 저 CG 좋다, 나도 해 봐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우와 저 CG 참 별로다. 우린 안해야지'라고 생각하며 배우 는게 더 많아요. 그런데 같은 걸 보신 PD님이 '우리도 저 방식 써 주세요'하시면 또 '아, 네'하고 해드려요. (웃음)

(팀장) 기본적으로 '난 좀 다르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CG팀 안에서도 여러 인원이 있는데, 각각 스타일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표준을 정하고, 전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어요. 안그러면 '덕지덕지' 지저분해 지거든요.

- 직업병이 또 무엇이 있을까요.

▶(김윤집 PD) 아무래도 다른 프로그램 맡다가 라스에 오게되면, CG의 비중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아니까, 다른 프로그램을 모니터하거나, 쉬는 시간에도 CG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사실 CG를 너무 많이 쓰면, '재미가 CG의 힘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을 법한데.

▶(김윤집 PD) 그런데 '라스'라는 프로그램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있어요. 아무래도 토크쇼이고 오디오가 많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스피드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거든요. 그런데 CG를 쓰면 짧은 순간마다 보다 더 많은 설명과 정보가 제공할 수 있거든요. 스토리 전달자 입장에서는 그냥 스쳐 지나갈 이야기에 CG나 자막으로 많은 인지를 줄 수 있으면 좋은 것이니까요.

(류재원 CG팀장) 적절하게 들어가면 보기 좋고, 순기능이 많은데, 과하거나 잘못 쓰인 경우에는 보기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강약 조절이 필수죠.

- 고생 많은 '라스' CG팀, 아무래도 꺼려지는 팀인가요.

▶(류재원 CG팀장) 매주 강도 높은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피디님이 주신 의뢰지(CG를 요청하는)만 1년이면 바닥에서 무릎까지 쌓이기도 해요. 그리고 CG팀 일원들이 모두 디자이너들이라, 익살스러운걸 좋아하는 스타일,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디자이너 다 다르거든요. 그런 점을 로테이션을 통해 잘 분배해줘야 불만이 쌓이지 않습니다.

ran613@sportschosun.com, ssalek@, 사진=정재근 기자 cj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