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와타시와 아쿠마다(나는 악마다)" 이 한 마디로 칸은 물론 충무로를 휩쓴 일본의 명배우 쿠니무라 준. 올해 스크린에서 폭발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쿠니무라 준(60)이 청룡 역사상 첫 해외 수상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국내 영화산업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지난 1963년 개최, 매년 주목할만한 성취를 이룬 작품들과 한국 영화를 빛낸 영화인들을 재조명해오고 있는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청룡영화상'. 올해 37회를 맞은 '청룡영화상'은 오는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다.
앞서 7일 오전 후보자(작)를 발표한 '제37회 청룡영화상'은 1년간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21편의 한국영화, 10명의 감독, 30명의 배우가 최종 후보에 올라 치열한 경합을 펼치게 됐다. 충무로는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내로라한 월드 스타들이 대거 노미네이트된 상황.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남우조연상. '곡성'(나홍진 감독)의 쿠니무라준, 부산행'(연상호 감독)의 김의성, '부산행'의 마동석, '터널'(김성훈 감독)의 오달수, '밀정'(김지운 감독)의 엄태구까지 입이 쩍 벌어질만한 명배우들이 가득 라인업에 올랐다.
영화 속에서 '이기주의 끝판왕'으로 공분을 샀던 김의성은 물론 좀비도 두려워하는 최강 파워 마동석, 소변 투혼도 마다치 않았던 오달수, 소름 돋는 악역으로 스크린을 씹어 삼킨 엄태구의 활약이 도드라졌던 올해 극장가. 여기엔 쳐다만 봐도 상대를 얼어붙게 한 '악쿠마' 쿠니무라 준도 빠질 수 없었다.
오사카 방송 극단 부설 연구소 9기생 출신인 쿠니무라 준은 1981년 영화 '가키테이고쿠'(이즈츠 카즈유키 감독)로 데뷔한 경력 35년 차 명배우다. 무려 82편의 영화와 26편의 드라마를 출연하며 일본에서 '국민배우'로 손꼽히는 쿠니무라 준은 올해 5월 개봉한 '곡성'(나홍진 감독)으로 데뷔 최초 한국영화에 진출했다.
곡성의 한 마을, 낯선 외지인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과 이를 둘러싼 소문과 의심을 미스터리한 전개로 풀어낸 스릴러 '곡성'. 쿠니무라 준은 '곡성'에서 외지인 역으로 출연, 마을 사람을 현혹시키는 악마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등장만으로 압도적인 아우라를 뿜어내며 '곡성'의 중심으로 떠오른 쿠니무라 준. 명품 열연을 펼친 그가 '청룡영화상'을 통해 국내 영화상에 첫발을 디디게 된 것.
'제37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쿠니무라 준은 2011년 열린 '제32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중국배우 탕웨이 이후 두 번째 해외 후보자다. 앞서 '만추'(김태용 감독)에서 디테일한 감성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은 탕웨이는 '제32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됐지만 '블라인드'(안상훈 감독)의 김하늘을 꺾지 못해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이렇듯 탕웨이에 이어 두 번째 해외 후보자로 선정된 쿠니무라 준. 함께 후보로 선정된 김의성, 마동석, 오달수, 엄태구 등 만만치 않은 후보들과 경합을 펼치게 된 그가 '청룡영화상' 역사상 최초 해외 수상자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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