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올 시즌 목표는 세가지였다.
실점을 줄이는 한해, 부상자 없는 한해, 그리고 언제나처럼 아시아챔피언스에 진출할 수 있는 한해. 실점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한골이 늘었다. 하지만 부상자가 줄어들며 조직력이 탄탄해진 제주는 득점력이 폭발했다. 리그 득점 1위(71골)에 오른 제주는 마침내 그토록 원했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을 6년만에 거머쥐었다. 제주는 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주와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에서 3대0 승리를 거뒀다. 승점 59점이 된 제주는 3위를 확정하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다사다난 했던 시즌이었다. 여름징크스는 여전히 제주의 발목을 잡았고, '에이스' 송진형은 시즌 도중 중동으로 이적했다. P라이센스 문제로 조성환 감독이 수석코치로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순간 똘똘 뭉치며 목표를 이뤄냈다. 1년 내내 팀을 이끈 조 수석코치는 "계절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이 올 한해도 희로애락이 섞였다. 중간에는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처음과 마지막에 웃었다. 내년도 기대가 된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조 수석코치는 8월 수원FC전 패배(3대5)를 터닝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이날 패배 후 팀에 변화가 생겼다. 전술적으로 스리백으로 전환했고, 코칭스태프간 소통이 더욱 잘됐다"고 했다. 제주는 이후 9경서 6승3무를 달성하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행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달 15일 전북에 첫 패배를 안긴 후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행을 자신하기도 했다. 힘든 상황 끝에 달성한 쾌거인만큼 스쳐가는 선수들도 많았다. 조 코치는 고참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영향력을 끼친 이근호부터 주장 오반석, 부주장 권순형,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흐트러지지 않은 이우진 김재성 등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물론 올 여름에도 부진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조 코치는 "올 시즌이 지난 시즌보다 나아졌기에 다음 시즌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시즌이 이제 막 끝났지만 제주는 벌써부터 다음 시즌 준비에 나섰다. 이미 스카우트가 브라질 현지로 가서 외국인선수를 관찰 중이다. 올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한 수원과 포항은 그룹B로 추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조 코치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조 코치는 "끝이 아니다. 내일부터 당장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긴장의 끈을 놓치 않으려 한다.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무대에 나서는 제주의 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서귀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