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이 쥐고 있던 권한의 크기가 줄어드나.
한화 이글스가 3일 김성근 감독 유임을 공식 발표했다. 정규 시즌이 끝나고도 한 달 가까이 지나 내린 결론이다.
사실 원래 김성근 감독의 계약 기간이 2017시즌까지라, 유임을 반드시 공식 발표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화는 김 감독 부임 이후 성적이 좋지 않았던데다 늘 크고 작은 논란에 시달렸다. 한화가 지난해 6위, 올해 7위로 시즌을 마치고 '경질론'까지 대두됐기 때문에 유임 발표가 필요했다. 팬들의 민심도 김성근 감독에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김성근 감독의 거취를 두고 한화 그룹에서도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유임 혹은 경질에 대해 다룬 언론 기사도 매일 쏟아졌다. 그룹 차원의 결정과 발표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이다.
결국 김성근 감독의 계약 기간을 지키기로 했다. 계약 중도 파기가 아닌, 유임을 확정했다. 김성근 감독은 현재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선수단을 지휘하고 있다.
다만 분명한 변화는 있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 유임을 공식화하면서 프런트 개편을 동시에 발표했다. 기존 박정규 단장이 사업본부총괄로 가고, 전 LG 감독이자 고양 다이노스 본부장이었던 박종훈 신임 단장이 임명됐다. 첫 감독 출신 단장이다.
현장을 잘 알고, 선수단을 지휘해본 경력이 있는 인사. 박종훈 단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한화 구단은 "이번 영입에 따라 구단은 업무 영역을 확실히 구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선수단과 구단 운영의 전반적인 관리 부분을 맡고, 김성근 감독에게는 오로지 1군 감독으로서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역할 분담이다.
물론 원래 단장과 감독은 각각 프런트와 현장의 수장으로 역할이 나뉘어있다. 하지만 한화는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전권을 주면서 프런트의 역할이 축소됐었다. 김성근 감독의 입김이 구단 운영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감독 출신 박종훈을 단장으로 임명한 결정은 김성근 감독의 권한을 원래보다 축소하고, 확실히 구분짓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이번 결정은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한화가 김성근 감독과 함께가는 범위 안에서 변화를 선택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