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의도대로 완벽히 흘러간 게임.
단순히 전력이 강했다고 나올 수 있었던 결과는 아니다. 4전승, 퍼펙트 우승.
겉으로 보이는 부분부터 보자. 두산의 강력한 선발야구는 완벽했다. 배터리 양의지와의 호흡이 절묘했다. 그 뒤에는 완벽했던 전력분석이 있었다. 한국시리즈를 달궜던 두산 선발진의 하이 패스트볼. 철저한 전력 분석 속에 나온 뛰어난 볼 배합. 그리고 2차전 승패를 갈랐던 지석훈의 번트 병살타. 두산의 의도적 움직임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과연, 두산의 전력분석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하이 패스트볼의 탄생
두산 박종섭 정재훈 전력분석원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일거수 일투족으로 현미경 분석했다. 한국시리즈 파트너가 NC로 결정되면서, 중요한 분석 보고가 들어갔다. 핵심은 하이 패스트볼이었다.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의 결정구였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NC의 가장 큰 강점은 '나테이박'이다. 역대 최강 수준의 중심 타선이었다. 페넌트레이스에는 그랬다.
하지만, 현미경 분석은 이들의 약점을 찾아냈다.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두산 선발 투수들의 공에는 힘이 넘쳤다. 반면, 플레이오프를 치른 NC 타자들의 방망이 스피드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전체 데이터를 훑었다. 안타존, 범타존, 그리고 헛스윙한 공의 구종과 지점 등을 세밀하게 추려냈다. 박 분석원은 "테임즈와 나성범은 확실히 몸쪽 하이볼에 약점이 있다. 플레이오프 때부터 몸쪽 속구에 대한 대처가 조금씩 늦었다"고 했다. 그 기준점은 패스트볼 구속 145㎞였다.
그는 "NC 중심 타선이 145㎞ 이하의 속구에는 반응을 하는데, 그 이상은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볼넷을 주더라도 하이 패스트볼로 공략하는 게 적절하다는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박석민과 이호준은 조금 달랐다. 베테랑인 두 선수는 예측타격이 매우 강하다. 때문에 특정 시점에 몸쪽 공에 대한 노림수가 있었다. 때문에 좌우로 많이 흔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니퍼트와 보우덴은 완벽한 투구를 했다. 결정구는 하이 패스트볼. 참았던 볼넷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보이는 공, 게다가 스윙 스피드가 느려진 부담감에 헛스윙이 많이 나왔다. NC 중심 타선이 침묵한 가장 큰 이유다.
▶NC 작전야구의 핵심
두산이 부담을 가졌던 타자는 손시헌과 김태군이었다. 여기에도 명확한 이유가 있다.
두산은 선발은 강하지만 불펜은 공략당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신의 약점을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경기 후반 접전 상황에서 NC의 작전야구는 두산 입장에서 매우 부담스러운 부분이었다.
NC 작전의 핵심은 손시헌과 김태군이었다. NC는 중심타선은 맡기고, 하위 타선의 노련한 두 선수에게 작전을 맡긴다. 또 백업요원 지석훈 역시 요주의 인물이었다.
때문에 우선적으로 세 선수 앞에 주자를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단기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NC 번트에 대한 대비 역시 주효했다. 2차전 8회 지석훈이 번트 병살(1-6-3)이 나왔던 부분이 핵심이었다. 당시 NC 김경문 감독은 김성욱의 번트에 실패하자, 곧바로 지석훈을 투입했다.
번트와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를 모두 대비하기 위해 일단 지석훈의 초구를 높게 던졌다. 공을 일부러 뺐다. NC의 작전을 알고 있다는 '경고'의 의미.
여기에 '디테일'이 있다. 두산 전력분석팀은 NC의 희생번트가 3루가 아닌 1루로 향하는 비율이 대부분이라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3루수 허경민이 전진수비하지 않고, 투수와 1루수가 압박하는 형태의 번트 수비를 준비했다. 그리고 공의 구종은 바깥쪽 떨어지는 변화구였다. 장원준의 경우 슬라이더나 서클 체인지업이다. 장원준이 던진 바깥쪽 슬라이더가 밑으로 떨어졌다. 이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지석훈의 번트가 빠르게 굴러가며 압박하는 투수 장원준의 대시에 걸렸다. 결국 병살타.
한국시리즈 전체 분수령이 됐던 이 장면은 두산의 '완승'이었다. 현미경 전력분석이 밑바탕에 깔린 세밀함의 승리였다.
탄탄한 전력 분석을 바탕으로 두산 타자들은 NC 투수들의 패턴에 적응했다. 1차전은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적응 속도가 빨라졌다. 디테일하게는 NC 계투진의 핵심 원종현이 연투 이후 위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간파, 최대한 공을 많이 던지게 해야 한다는 분석을 했다. 또, 계투진에게는 자신감을 강조했다. 약점을 공략한 뒤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감을 가지라는 의미였다. 두산 입장에서는 최선이었다.
물론, 전력분석을 수용하고 적용시킨 코칭스태프, 그리고 그것을 실전에서 충실히 이행한 선수들의 역할이 가장 크다. 하지만, 현미경 전력분석이 없었다면, 객관적 전력이 아무리 강한 두산이라고 해도 일방적 승리를 거두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시리즈는 혼돈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