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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열등생' 두산은 어떻게 '우등생'으로 거듭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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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연승을 거둔 직후 두산 베어스의 한 관계자는 "다들 우승한 것처럼 벌써 축하인사를 하는데, 절대로 안심할 수 없다. 야구는 정말 끝나야 끝난 거다"고 했다. 그는 과거 한국시리즈에서 연승을 거두고도, 역전패를 당한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2000년대 중반부터 두산은 꾸준했다. 이웃집 LG 트윈스가 암흑기를 보낼 때, 거의 매시즌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큰돈을 들여 외부 FA를 영입해 전력보강을 한 것도 아닌데도 그랬다. 다른 팀 보다 선수 연봉 수준이 높은 것도, 선수단 운영비가 풍족한 것도 아니었다. 다른 팀이 외면한 신고선수, 신인 선수들이 베어스의 육성 시스템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해 전력의 빈 부분을 채웠다.

그런데 최고의 무대 한국시리즈에 가면 맥을 추지 못했다. 2005년, 2007년, 2008년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번번이 고개를 떨궜다. 2013년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과도 실망스러웠으나, 내용은 더 참담했다.

2005년에는 삼성 라이온즈에 1승도 거두지 못하고 4연패를 당했다.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2007년과 2008년에는 김성근 감독의 SK 와이번스 벽에 막혔다. 시리즈 초반 분위기는 좋았는데,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2008년에는 1~2차전 2연승 후 4연패를 당했고, 2008년에는 1차전 승리 후 4연패로 시리즈를 마감했다. 코칭스태프, 선수 모두 경험 부족을 드러내면서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SK 전력이 강하기도 했으나, 위기관리능력, 경기를 끌어가는 힘이 부족했다.

2013년에는 더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1~2차전을 잡고 2연승을 거뒀고, 4차전까지 3승1패로 앞섰다. 남은 3경기 중 1게임만 잡으면 우승. 하지만 거짓말처럼 3경기를 모두 내주고 눈물을 흘렸다.

그랬던 한국시리즈 '열등생' 두산이 '우등생'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정규시즌 3위로 가을야구를 시작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네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차전 패배 후 4연승으로 삼성을 몰아붙였다. 사실 운이 많이 따랐다. 주축 투수 윤성환 임창용 안지만이 원정 도박 문제가 불거져 전력에서 빠진 삼성은 정상 전력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2016년 두산은 압도적인 전력으로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하더니,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 1~3차전을 쓸어담고, 통합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탁월한 선수 육성 능력과 전략적인 투자, 최고 수준의 외국인 선수 영입을 통해 베어스는 한국시리즈 '우등생'으로 거듭났다. 지난 몇 년간 지속적인 세대교체, 팀 리빌딩을 통해 유망주들을 주전급 선수로 키웠다. 이번 시즌 외야수 김재환, 박건우가 주축 선수로 자리잡으면서,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공백을 100% 이상 채웠다. 오랫동안 외부 FA 영입에 무관심했던 두산은 지난해 좌완 에이스 장원준을 영입했다. 4년간 총액 84억원. 이전의 두산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금액, 승부수였다. 구단을 넘어 모기업 차원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두산은 다른 팀이 부러워하는 최고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선발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이 40승을 합작했다. 타자 닉 에반스는 타율 3할8리-24홈런-81타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했다. 두산은 KBO리그 10개팀 중 외국인 선수 3명이 모두 리그 최고 수준의 활약한 유일한 팀이다. 물론, 야구를 잘 아는 구단 프런트의 혜안, 선수를 보는 뛰어난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40대 젊은 지도자 김태형 감독을 사령탑에 선임하면서 팀 분위기를 바꾼 것도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났다.

두산의 한 코칭스태프는 "우리 팀은 선수와 코칭스태프, 구단 프런트가 모두 제 역할을 정말 잘 한다. 구단을 구성하는 세 파트의 케미가 정말 좋은 팀이다"고 했다.

KBO리그 모든 팀들의 롤모델이 될만한 두산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