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선택은 파격이었다. 어찌보면 실험일 수도 있다.
장정석 감독을 선임한 것 자체가 첫번째 파격이었다. 선수 출신이긴 하지만 지도자 경험이 없는 매니저, 운영팀장 출신의 프런트를 감독으로 선임하는 것은 보통 구단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결정이다.
31일 발표된 코칭스태프 선임 역시 파격이 숨어있었다. 김동우 전력분석팀장이 배터리 코치로 선임된 것. 김 신임코치도 코치 경력이 없다. 게다가 프로 선수 경력도 없다. 경기고 시절 포수로 활약했던 김 코치는 졸업 후 2000년 현대 유니콘스에 불펜 포수로 들어와 전력분석팀에서 활동했고, 지난해엔 전력분석 팀장까지 올랐다. 그리고 이번엔 배터리코치로 선임됐다. 간판보다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사례.
그런데 김동우 신임 배터리코치는 이전의 배터리코치와는 분명 다른 역할을 맡는다. 보통 배터리코치는 포수들에게 펑고를 쳐주면서 포수들의 2루 송구나 블로킹 자세 등을 훈련시킨다. 물론 투수 리드에 대한 것도 알려준다. 김 코치는 전력 분석을 통한 투수 리드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할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은 또 내년시즌엔 데이터를 직접 경기에 활용하는 방안도 갖고 있다.
그저 상대성적 등을 고려해서 선수를 기용하고, 투수교체와 대타 기용을 하는 것이아니라 데이터를 더욱 적극적으로 경기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장 감독은 취임식을 한 31일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경기 운영에 대해 잠시 얘기했다. 장 감독은 "그동안 시스템을 통해 축적하고 준비한 데이터가 있다"면서 "상대 성적이나 유형별, 구장별 성적 등 1차적인 데이터가 아닌 이를 가공시켜 만든 2차적인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새로운 시스템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데이터로 투수교체와 작전도 정할 수 있다"고 했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고. 장 감독은 "내가 아닌 다른 감독이 되더라도 이런 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었다"라고 했다.
물론 이러한 데이터는 참고자료다. 장 감독은 "그렇다고 데이터만 보고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경험을 많이한 코치들의 말도 들을 것이다"라고 했다.
넥센 이장석 대표가 장 감독을 선임한 이유로 꼽은 "우리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즉 구단이 그동안 준비했던 데이터를 직접 경기에 활용할 수 있는 실천력을 말하는 것이다. 기존 감독이 이런 데이터를 활용할지는 모르는 일. 넥센은 그래서 모든 것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을 원했다. 장 감독이 운영팀장으로서 이런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 선임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넥센은 경기 전반에 데이터를 활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다른 구단에서는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 실험이다. 어떤 예행 연습없이 전쟁과 같은 1군무대에서 바로 실행된다는 것이 모험으로 보이기도한다. 하지만 만약 이런 실험이 성공한다면 KBO리그에서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충격이 될 듯. 내년시즌 넥센은 분명 야구인들은 물론 야구팬들의 큰 관심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