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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서 가시밭길로, 강원을 웃고 울린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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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없으니까 4대0으로 이기더라고요(웃음)."

30일 강릉종합운동장. 경남과의 결전을 앞두고 있던 최윤겸 강원 감독은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최 감독의 자리는 벤치가 아닌 관중석이었다. 지난 19일 부산전서 퇴장 당해 상벌위원회로부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강원은 경남전서 4골차 이상으로 반드시 이기고 안산, 대구가 모두 패하면 자력 우승까지 가능했다. '사령탑 부재' 우려에 최 감독은 '신뢰'로 맞받아쳤다. "지난 경기(안산전)에서 내가 없으니 4대0으로 이기더라. 한 해 동안 선수, 코칭스태프 너나 할 것 없이 노력해 여기까지 왔다.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게 무엇인지 모두가 알 것이다." 90분의 밑그림은 오로지 '공격'이었다. 최 감독은 "다른 팀 결과를 생각하는 것은 욕심이다. 플레이오프(이하 PO)행이 유력하다면 이왕이면 이겨서 준PO를 건너 뛰는 게 낫다. 초반부터 밀어붙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경남과의 3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무득점에 그친 부분을 두고는 "내용은 좋았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던 승부가 많았다. 오늘은 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종부 경남 감독은 초연했다. 경남은 이날 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8위 자리가 확정된 상황. 하지만 '내년'의 희망을 쏘기 위해선 강원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했다. 김 감독은 "어수선 했던 팀을 바꾸다 보니 1년이 훌쩍 지났다. 동기부여는 우리가 강원보다 불리하지만 프로라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경기 초반부터 강원의 흐름이었다. 대구와 안산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승 꿈'은 한껏 높아졌다. 선수와 팬 모두 잠시나마 '기적'을 꿈꿨다. 후반 11분 마라냥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루이스가 성공시키자 꿈은 현실이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단꿈이 산산조각 나는데까지는 단 3분이 걸렸다. 경남은 후반 14분 김도엽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강릉종합운동장엔 일순간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경남 골키퍼 권정혁의 신들린 선방 속에 골과 다름없는 기회들이 날아갈 때마다 희망은 탄식으로 바뀌었다. 안산, 대구가 나란히 승리를 거둔 반면 강원은 1대1 무승부로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승점 1을 추가하는데 그친 강원(승점 66)은 우승은 커녕 고양을 4대1로 대파한 부천(승점 67)에게 3위 자리마저 내주면서 피하고 싶었던 부산과의 준PO까지 치르게 됐다.

구름 위를 걷던 강원에게 펼쳐진 가시밭길이었다. 최 감독은 "득점 뒤 갑자기 소극적인 운영을 했다. 우리팀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풀어야 할 숙제"라고 아쉬워 했다.

밑바닥부터 출발해야 하지만 '승격을 향한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강원은 2일 오후 7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부산과의 준PO에서 비기기만 해도 부천이 기다리고 있는 PO에 오를 수 있다. 최 감독은 "상대는 심적 부담이 클 것이다. 부산과 올 시즌 맞대결 내용과 결과가 괜찮았다. 부천까지 가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강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