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확실해졌다. 두산 베어스도, NC 다이노스도 공략해야 할 대상이 분명해졌다.
두산이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두산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연장 11회말 혈투 끝에 1대0 승리를 거뒀다. 1승을 먼저 쥔 두산은 1차전 승리팀 우승 확률 75%(1982년 1차전 무승부 제외)를 잡았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다.
후반까지 '0의 행진'이 이어졌다. 22승 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8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빼어난 피칭을 했다. NC 재크 스튜어트도 불안했지만 6이닝 7안타 무실점으로 버텼다. 두산 야수들은 2회 1사 2루, 3회 2사 1,2루, 4회 2사 2루, 5회 2사 1,3루, 6회 2사 1,2루, 7회 1사 2루, 8회 2사 만루 찬스를 모두 놓쳤다. 스튜어트의 체인지업, 투심, 커터 등 살짝 살짝 꺾이는 공에 당했다. 또 뒤이어 나온 원종현, 이민호를 상대로도 점수를 뽑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웃은 쪽은 두산이었다. 연장 11회말 찬스는 놓치지 않았다. 선두 허경민과 김재호의 연속 안타로 만든 무사 1,2루. 박건우의 좌익수 뜬공 때 주자 2명이 한 베이스씩 진루했다. 1사 1,2루에서 후속 오재원은 고의4구. 3번 오재일이 임창민을 상대로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쳤다. 한국시리즈 사상 처음 나온 끝내기 희생 플라이다.
1차전부터 치열한 힘대힘 싸움이 벌어진 가운데, 이날 경기는 남은 시리즈의 판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줬다. 서로 공략해야 할 대상이 분명해진 것이다. 일단 선발. 역시 큰 경기일수록 상대 선발을 조기강판 시키는 팀이 무조건 유리하다. 정규시즌과는 다른 볼배합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김경문 NC 감독도 일전에 "상대 투수가 잘 던지면 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어, 어' 하다가 6~7회가 순식간에 가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길 수가 없다. 기싸움에서 밀리게 된다"고 했다. 따라서 두산, NC 전력분석팀은 상대 선발 공략법을 찾는데 70%의 시간을 할애한다.
두 번째, 불펜이다. 그 중 두산은 상대 원종현과 이민호를, 반대로 NC는 이현승과 이용찬을 무너뜨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유가 있다. 모든 사령탑은 포스트시즌에서 믿는 투수만 쓴다. 팀에서 구위가 가장 좋든지, 배짱이 두둑하든지, 장점이 분명한 투수만 기용한다. 정규시즌이라면 영점이 흔들리는 투수라도 '앞으로 키우겠다'는 목적으로 마운드에 올리지만, 단기전은 '내일'을 머릿속에 그리는 야구란 없다. 오직 '오늘'로 승부가 끝나며, 그 투수의 한계 투구수가 넘었더라도 밀어붙이는 게 정답이다.
그런 면에서 김태형 감독이 가장 믿는 투수는 이현승과 이용찬이다. 김경문 NC 감독은 원종현과 이민호다. 이현승은 후반기 주춤했지만 한국시리즈 준비 기간 좋았던 감을 어느 정도 찾았다. 작년 같은 스피드는 나오지 않고 있으나, 볼끝은 예리하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이용찬도 직구, 포크볼, 커브, 슬라이더 등의 로케이션이 좋고 배짱이 두둑하다. 상무 시절에는 직구가 150㎞ 이상 찍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태형 감독은 경기 중후반 둘을 적극 활용할 것이다. 시소게임이 진행된다면 선발을 최대한 길게 가져간 뒤 곧바로 이현승 또는 이용찬을 기용하는 야구를 할 것이다.
NC에서는 원종현, 이민호의 구위가 가장 좋다. 김진성, 임창민 등 다른 투수가 있지만 후반기부터 조금씩 떨어졌다. 선수들도 생애 첫 한국시리즈이지만 떨지 않고 즐기고 있다. 원종현은 "첫 포스트시즌에서는 주위에서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안 들렸다. 그러나 올 가을에는 상대 팀 응원가도 따라 부르게 되더라. 아주 잘 들리더라"고 했다.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 이민호도 "떨리는 건 없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직구 제구가 좀 안 되서 그렇지 몸 상태나 컨디션 모두 좋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두산과 NC 중 상대 불펜의 '핵심 듀오'를 무너뜨리는 팀은 어디일까. 흥미로운 사실은 두 팀 모두 이들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마쳤다는 점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