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그야말로 이화신을 씹어 삼켜 소화까지 해버린 배우 조정석. 눈빛, 손짓, 말투 모두 진심을 가득 담은 메소드 연기로 보는 이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조정석이기에 가능했던 이화신의 로맨스. 사람 냄새 나는, 진짜 남자의 사랑이란 이런 게 아닐까?
27일 오후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서숙향 극본, 박신우·이정흠 연출) 20회에서는 표나리(공효진)가 서울시장 개표방송 중 돌발 사고를 겪는 모습이 그려졌다.
표나리의 질투를 통해 진심을 알게 된 이화신(조정석). 드디어 두 사람의 사랑에 꽃길이 펼쳐지게 됐고 여기에 표나리의 아나운서 입지 역시 굳힐 기회가 생겼다. 서울시장 개표방송을 앞두고 홍혜원(서지혜)의 아버지가 청와대 홍보수석 비서실장직에서 사퇴를 선언하게 된 것. 세간의 이슈로 인해 홍혜원은 자연스레 개표방송 진행에서 멀어지게 됐고 SBC 보도국장 오종환(권해효)은 이화신과 함께 개표방송을 진행할 아나운서를 고민하게 됐다. 이때 '사랑꾼' 이화신은 은근슬쩍 표나리에게 힘을 실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화신은 "표나리도 저랑 같이 준비 잘하고 있어요. 우리 표나리도 잘할 수 있습니다"고 입김을 불어 넣은 것.
이후 이화신과 함께 개표 방송을 진행하게 된 표나리는 처음 맡는 큰 미션에 평소와 달리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시선은 불안했고 초조함에 허둥지둥하게 됐고 이런 표나리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이화신은 그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장난을 걸었다. 하지만 이화신의 장난에 어느 것도 반응하지 못하는 표나리. 이화신은 쪽지에 '떨지마' '넌 혼자가 아니야' '너한테 내가 있잖아' 등 응원의 메시지를 적어 건넸고 마지막으로 '사랑해'라는 진심과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백 마디 응원보다 한 번의 사랑 고백이 힘이 된 순간이다.
이화신의 응원에 힘입어 방송에 돌입한 표나리. 하지만 사고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개표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득표 CG에서 사고가 났고 모든 게 처음인 표나리는 이를 자연스럽게 대응하지 못해 사고를 키웠다. 표나리는 이화신을 향해 "죄송해요"라며 어찌할 바 몰랐고 이화신은 "표나리 괜찮아. 실수할 수 있어. 잊어. 한 번 실수한 건 잊어야 해. 나는 예전에 더한 것도 했어. 말도 마"라며 미소로 감쌌다. 그러면서도 뒤돌아 CG를 잘못 낸 부조정실을 향해 "똑바로 해라, 부조정실"이라며 이를 갈았다.
1차 사고가 지나간 뒤 표나리는 회복하지 못했다. 두 번째 사고도 대처하지 못한 채 더욱 멘붕 상태에 빠진 표나리는 1부가 끝난 뒤 화장실로 달려갔고 이화신 역시 그런 표나리를 따라갔다. 이미 혼란 그 자체가 된 표나리를 본 이화신은 오히려 이성적으로 다가갔다. 표나리에게 "너 더 실수하면 더 크게 다칠 수 있어. 네가 결정해. 2부 할 수 있어? 바꿔줄까? 할래?"라며 표나리의 의지를 물었고 이화신의 물음에 표나리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이미 자신의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 오히려 제동을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참이었다. 흔들리는 표나리의 눈빛을 읽은 이화신은 "여기까지만 하자. 너 아침방송도 위험할 수 있어"라며 현실을 바라봤고 "집에 가 있어. 끝나고 바로 갈게, 알았지? 금방 끝나고 갈게"라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했다. 표나리에겐 소름 끼칠 정도로 냉정한 선배 이화신이었고 뭉클할 정도로 따뜻한 연인 이화신이었다.
이후 스튜디오로 돌아온 이화신은 "부조 정신 똑바로 안 차려? CG가 먼저 실수한 거 아냐! 생방인데 우리가 언제 일일이 다 확인하고 앉아있냐! 득표수 1등인데 득표율 2등으로 CG 내보내면 우리가 언제 순식간에 일일이 확인하고 앉아있냐고! 부조에서 실수한 거 부조에서 책임져!"라고 울분을 토했다. 표나리를 지키기 위한 발악이었던 것.
개표 방송을 끝낸 후 곧장 표나리에게 달려간 이화신은 형과 표나리에게 너무나도 냉정한 자신을 원망하는 고정원(고경표)과 마주쳤다. 그리고 그에게 "내가 형을 사랑하고 표나리를 사랑하는 내 방식이야. 세상 사람들 눈엔 그게 상처고 아프게 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남들 시선, 남들 생각이고. 나는 사랑하는 거니까 형한테 그런거고 사랑하니까 표나리 내려오게 한 거야. 다른 사람들 이해해줄 필요 없어"라며 애끓는, 절절한 마음을 고백해 시청자의 콧잔등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이날 조정석은 달달했고 냉정하며 또 뭉클한 진심으로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했다. 멋진 남자 주인공이 시련 속 여주인공을 달래기 위한 작위적인 사랑 고백이 아닌, 백마 탄 왕자의 신데렐라 구출기가 아닌 사내커플이 겪는 현실적인 고충과 애환, 진심이 느껴지는 사랑이었다.
이화신의 감정에 완벽히 녹아든 조정석은 60분 동안 TV 속 판타지 드라마를 리얼한 현실 세계로 둔갑하게 만들었고 덕분에 시청자는 자연스레 이화신과 표나리의 감정에 빠져들었다. 조정석은 그 어떤 로맨스 드라마에서도 보여주지 못한 사람 향기 물씬 묻어난 진짜 남자의 사랑을 펼치는 데 성공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SBS '질투의 화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