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 대표의 도박같은 깜짝 카드가 성공할까.
넥센 히어로즈가 또 한 번 파격인사로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넥센은 27일 자진사퇴한 염경엽 감독의 후임으로 장정석 운영팀장을 선임했다. 파격적인 결정이다. 2004년 선수 은퇴를 한 장 감독은 코치 경험이 없는 프런트 출신이다. 2005년 현대 유니콘스 전력분석팀 프런트로 시작해 히어르즈 구단 1군 매니저, 운영팀장으로 일했다. 스타 선수도 아니었고, 지도자 경험마저 없는 프런트 출신이 감독이 된 건 KBO리그 사상 최초다. 허구연 해설위원이 1986년 코칭스태프를 거치지 않고 청보 핀토스의 감독이 된 적이 있지만, 프런트 출신은 아니었다.
게다가 장 감독은 1973년생으로 올해 43세다. 올시즌 롯데 자이언츠 지휘봉을 잡은 조원우 감독, 삼성 라이온즈의 신임 김한수 감독(이상 1971년생) 보다 두살이 어리다. 10개 구단 사령탑 중 가장 어리다. 최연장자인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74)과 31세 차이가 난다.
지도자 경험이 없는 어린 감독을 사령탑에 선임한 것은 도박에 가까운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이제껏 이런식의 선임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넥센이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이 대표는 이번 감독 선임의 조건을 "선입견과 편견이 없는, 그래서 오픈된 마인드와 자세로 귀를 열고 코칭스태프와 함께 선수단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오히려 야구를 오래 보지 않아 자기만의 야구관을 갖추지 않은 젊은 인물이 적합하다고 봤다.
이 대표는 장 감독이 코치 경험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기우라고 했다. 그는 "코치 경험이 없기 때문에 감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선입견이라고 본다. 우리는 각 파트에서 권한과 역할만 주어진다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코치진과 프런트가 있다. 각 파트의 이해관계를 가장 슬기롭게 풀어내고 조율할 수 있는 감독이 필요했고, 장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장 감독도 자신이 감독이 된 것에 놀라면서도 "우리 팀은 좋은 코치분들이 많고 시스템이 안정돼 있어 선수들을 잘 관리해준다면 좋은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장 감독과 기존 코치들간의 관계 설정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선수단 내에서 감독이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코칭스태프, 선수들의 두터운 신뢰가 필요하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
넥센은 그동안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메이저리그의 시스템 야구를 들여와 한국야구에 접목시키는 노력을 해 왔다. 올해 초에는 뉴욕 양키스 출신 쉐인 스펜서를 퓨처스팀 필드 코디네이터(2군 감독), 히어로즈 출신 투수 브랜든 나이트를 퓨처스팀 투수 총괄(코치)로 영입했다. 이제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 노하우를 현장에서 실현시킬 시기가 됐다고 봤다. 그러기 위해선 구단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필요했고, 구단 내부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으면서 현장을 잘 아는 장 감독을 최적의 인물로 낙점했다.
야구계에선 이를 도박으로 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파격적인 실험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대표가 4년 전 염경엽 감독을 선임했을 때도 파격적인 결정이라고 놀랐던 야구계다.
이장석 대표의 도박은 과연 성공할까. 히어로즈가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선택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