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의 비선실세, 국정 농단 의혹속에 역사속에 묻힌 '라스푸틴'의 이름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2007년 주한 미국대사관이 최순실씨 아버지인 고(故) 최태민씨를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불린다고 본국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수록된 2007년 7월 20일자 문서에 따르면 윌리엄 스탠턴 당시 주한 미 부대사는 한국 대선을 앞둔 각당 후보들의 상황과 판세, 대선이슈 등을 본국에 보고하면서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경쟁자들이 '한국의 라스푸틴'이라고 부르는 최태민이라는 목사와의 35년전 관계와 최씨가 육영수 여사 서거 후 박 후보가 퍼스트레이디로 있던 시절 박 후보를 어떻게 지배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적었다. 스탠턴 전 부대사는 또 "최태민이 인격 형성기에 박 후보의 몸과 마음을 완전히 지배했고, 최태민의 자녀들이 그 결과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는 루머가 널리 퍼져 있다"고 덧붙였다. 10년 전의 이 기밀 문서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미국 대사가 미 국무부 등에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고리 라스푸틴(1869~1916년)은 재정 러시아 말기의 파계 수도자이자 예언자다. 혈우병을 앓는 황태자를 기도요법으로 완화시켜 신망을 얻었고, 귀족 대접을 받게 됐다.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알렉산드라 황후 역시 라스푸틴 없이는 하루도 견디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자, 라스푸틴은 니콜라이 2세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라스푸틴은 러시아 농민들에게 세율 90%의 가혹한 세금을 거둬들여 사재를 축적했고, 항의하는 농민들에게는 무지막지한 총격을 가했다. '피의 일요일'로 회자되는 사건이다. 니콜라이 2세가 제1차 대전에 참전하면서 라스푸틴 천하가 됐고, 결국 라스푸틴은 반대파에게 독약을 받아먹고, 총탄 4발을 맞은 후 네바강 물에서 익사했다. 유언을 통해 제정 러시아의 붕괴와 레닌의 공산주의 혁명을 예언했다. <스포츠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