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 승차권만 끊었다."(수원 삼성)
"무관의 한을 풀어보자."(울산 현대)
비장한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전운이 감돈다. 울산과 수원이 26일 오후 7시30분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6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을 앞두고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다.
두 팀은 한국 프로축구에 있어 전통의 명가로 평가받는다. 명성에 걸맞게 모두 FA컵 단골팀이다. 울산은 지금까지 10차례 준결승에 올랐다. 수원은 이번이 6번째 준결승 행이다.
현재 양팀의 처지는 다르다. 수원은 올 시즌 K리그에서 처음으로 그룹B로 떨어지며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이제 유일한 희망은 FA컵뿐이다. 우승을 통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이라도 따야 올시즌 한껏 구겨진 체면을 회복할 수 있다.
울산은 수원보다는 낫지만 크게 다를 것도 없다. 현재 리그 4위(승점 49)로 3위까지 주어지는 ACL 진출권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한번 더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남은 3경기에서 3위 제주(승점 55)와의 6점 차를 뒤집기란 결코 쉽지 않다. FA컵 우승을 통해 보험을 들어놔야 한다. 이처럼 울산과 수원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다짐하고 있다.
▶수원 '영일만에 이어 울산만 배수의 진'
수원 구단 관계자는 25일 "울산 내려가는 KTX 편도 티켓만 끊었다"고 말했다. 비장한 각오가 함축된 한 마디다. 수원은 지난 스플릿 1라운드 포항과의 원정경기에 앞서 이른바 '영일만 결의'를 다진 적이 있다. 연이은 무승부와 패배 속에 그룹B로 내려가 팀 분위기가 바닥으로 가라앉은 상황이었다. 김준식 구단 대표이사가 선수단-코칭스태프와의 미팅에서 "나는 물론이고 감독도 '직'을 내려놓는다는 각오다. 포항전마저도 패한다면 영일만에서 빠져죽는다는 결의로 스플릿 라운드를 맞이하자"고 당부했다. 선수들 마음의 상처를 추스르기 위해 단합 회식도 가졌다. 수원은 포항전에서 2대2로 비겼다. 비겼기에 '영일만 합동 투신'을 면했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다. 여전히 강등권 언저리여서 승리가 필요했다. 지난 22일 성남전에서 6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다. 무실점에 2골차 완승은 올 시즌 처음이었다. 영일만 결의의 효과를 본 셈이다. 이번에는 울산만의 결의를 다졌다. 편도 승차권을 끊은 것은 이번에 패하면 울산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다. 수원은 FA컵 준결승과의 기분좋은 인연을 살리고 싶다. 이전까지 6차례 준결승에서 모두 승리했다. 결승 진출 확률 100%다. 이 가운데 절반인 3차례에 걸쳐 우승컵까지 들어올렸다. 서정원 감독은 2002년 선수로 출전해 우승과 함께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기억도 있다. 수원은 지난 7월 2일 울산 원정때 1대2로 역전패한 뒤 서포터스 집단 항의 소동을 겪은 적이 있다. 그 한이 서린 땅을 4개월 만에 다시 밟는다. FA컵에서 만큼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줘야만 한다.
▶울산 "FA컵 준결승의 한을 풀어보자"
수원과 정반대로 울산은 FA컵 준결승과 지독할 정도로 인연이 없었다. 작년까지 수원보다 배 가량 많은 9차례나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결승에 오른 것은 딱 한 번뿐이다. 1998년 유일한 결승 진출에서 준우승을 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최근 뒤늦게나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수원과 달리 울산은 하락세 속에 고전하고 있다. 33라운드에서 하위팀 인천에 2대3으로 패한 데 이어 스플릿 1라운드 서울전 0대2패, 2라운드 전북전 0대0 무로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윤정환 감독의 일본 J리그 복귀설, 구단 사무국 보직 교체 등으로 구단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최근 슈틸리케 감독의 A대표팀 경기력이 도마에 오르면서 키플레이어 이정협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 10경기 1골에 그치는 등 팀내에서도 존재감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수원의 해결사 조나탄이 최근 7경기 연속 공격포인트(8골-2도움)로 상승세를 달리고 권창훈도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1골-3도움)로 부활을 알리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윤정환 감독은 "리그 중간에 경기를 하다보니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승으로 가기 위해 이 부분을 잘 관리할 계획이다. 특히 홈경기인 만큼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겠다"며 FA컵의 새 역사 창조를 다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