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진출 문턱에서 탈락.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다. 하지만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다. 가을야구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분명 LG 트윈스는 잘 싸운 2016 시즌이었다.
2016년 LG의 야구가 끝을 맺었다. LG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상대에 홈런포 3방을 허용하며 3대8로 패했다. 22일 2차전 선발로 던지고 이틀을 쉰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를 두 번째 투수로 투입하는 강수까지 뒀지만, 믿었던 허프가 결승포와 쐐기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LG가 더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원정에서 2연패를 하고, 3차전을 연장 접전 끝 어렵게 이겼지만 시리즈를 뒤집을 힘까지는 없었다.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컸다. 9회까지 2-0으로 앞서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대3으로 역전패 한 게 뼈아팠다. 분명 LG 구성원 모두가 '그 경기만 잡았더라면, 한국시리즈에 갈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준플레이오프까지 따발총같이 쉴 새 없이 터지던 타선이, 플레이오프에 들어 거짓말같이 침묵을 지켰다. 중심타자 박용택, 루이스 히메네스, 오지환 등이 득점 찬스만 되면 빈타에 시달리니 경기를 제대로 풀어갈 수 없었다. 그래도 양상문 감독은 잘해왔던 선수들을 믿고 기다렸는데, 마지막까지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다. 잘했던 부분, 또 못했던 부분을 철저히 분석해 미래의 재산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국시리즈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누구도 LG의 탈락을 비난할 수 없다. 사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기적과 다름없다. LG는 올시즌을 앞두고 양상문 감독이 팀 개편 작업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젊은 선수들이 마음놓고 뛰어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망주 꼬리표만 붙이고 있던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또, 기존 베테랑 선수는 과감히 전력에서 제외하는 작업도 거쳤다. 힘겨운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면 양 감독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그렇게 팀 분위기는 가라앉고, 시즌 초반 중위권에서 버티던 성적도 어느덧 하위권으로 처지고 말았다. 올스타 브레이크 무렵에는 감독 사퇴 시위 현수막이 잠실구장에 내걸리기도 했다. 그렇게 LG의 리빌딩, 정규시즌은 초라하게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그러나 후반기에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용택, 정성훈, 손주인, 류제국 등 베테랑 선수들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고,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팀이 하나로 뭉치며 반등에 성공했다. 후반기 8위에서 시작해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KIA 타이거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역대급 명승부를 만들며 2차전 승리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시즌 3위 넥센 히어로즈를 3승1패로 제압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졌지만, NC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번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박용택, 정성훈, 오지환 정도를 빼고 보자. 채은성을 비롯해 이천웅, 유강남, 김용의, 문선재, 양석환 등 주축 선수들의 1군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투수진도 마찬가지다. 마무리 임정우와 정찬헌, 김지용 등 젊은 필승조도 이런 큰 경험을 해보지 못했다. 이번 경험으로 LG의 미래를 이끌 자원들로 성장했다.
한 야구 전문가는 "선수들 면면을 볼 때 LG가 이 멤버로 이 성적을 낸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수백억원을 투자해 선수를 영입하고도 하위권에 처져있는 팀이 많다. 냉정히 말해, 현재 LG 주전 선수들 중 다른 팀에 가면 주전 자리를 장담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그 팀들은 당장 성적을 내도 3~4년 후를 걱정해야 할 팀들이라면, LG는 향후 3~4년간 팀이 더 단단해져 미래 10년 동안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 올시즌 가장 큰 성과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