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걸 어떡해요."
아무래도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미디어데이는 누구든 말조심하게 된다. 재미를 위해 조금 오버하면 '예의가 없다'는 질타를 받는다. 여러해 출연한 감독들도 미디어데이에선 말에 조심성을 붙인다.
그래서 KB스타즈 안덕수 감독의 솔직한 발언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안 감독은 25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거침없는 입담으로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첫 출사표부터 세게 나갔다. 안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 때 박지수 선수를 뽑아좋아했는데 사실 좋다"고 말하며 조용하던 장내를 밝게 만들었다. 이어 "박지수 뽑아서 우승후보니 대항마니 하시는데 박지수를 안뽑았어도 우린 원래 우승후보다"라고 했다. 이어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가 왔는데 미국이나 한국이나 일본이나 농구는 다 똑같지 않나. 얼마만큼 감독과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편견에 대한 걱정을 지웠다.
우승후보와 다크호스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다 좋은 팀인데 우리은행이 조직력이 낫고, 삼성생명도 좋은 외국인 선수가 와서 손발이 잘 맞을 것 같다. 다크호스는KDB생명으로 좋은 외국인 선수가 있다"고 하면서도 "뚜껑을 열어봐야알 것 같다. 여기서 어디가 낫다고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안 감독은 진행자의 깜짝 질문에도 재치있게 넘겼다. "팬들의 댓글 중에 안덕수 감독은 최경주, 오승환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 "닮은 걸 어떡해요. 부모가 1명도 아니고. 어쩔 수 없잖아요"라며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우승 공약을 확정하진 않았다. "내년 3월에 시즌이 끝나는데 3월엔 내 생일도 있다. 청주분들에게 케익을 다 돌릴까요"라고 말한 안 감독은 "우승하면 멋진 세리머니를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이날 안 감독을 비롯해 처음 사령탑을 맡은 신한은행 신기성 감독은 석달간 휴가라는 엄청난 우승 공약으로 선수들의 박수를 받았고, 이에 KEB하나은행 이환우 감독은 "휴가를 석달에 일주일 더 주겠다"라고 맞불을 놓는 등 이번시즌 WKBL에 입성한 신임 감독들의 입담이 미디어데이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