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휴가냐 질리도록 밟기냐.
오는 29일 삼성생명과 우리은행의 맞대결로 시작하는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6개 구단 감독들이 재미난 입담 대결을 펼쳤다. 기상천외한 우승 공약에 장내가 웃음바다가 됐다.
6개 구단 감독과 선수들은 25일 오전 서울 더케이 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모두 저마다 이유가 있었고, 힘든 상황에 대해서 말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팬들의 성원을 부탁했다.
가장 흠이로운 시간은 바로 감독들의 우승 공약.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이 "우승을 하게되면 게시판이나 SNS 등에 팬들이 올린 글을 선택하겠다"는 다소 식상한 멘트로 시작해 다른 감독들도 약한 발언을 하지 않을까 했지만 곧이은 신한은행의 신기성 감독이 선수들의 눈이 커지는 발언을 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석달의 휴가를 주겠다"라고 한 것. 뒤쪽의 신한은행 선수들이 일제히 환호를 했다. 이어 신 감독은 "선수들에겐 휴가를 주고 난 개인적으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하루종일 감사의 인사를 하겠다"라고 했다.
이어 5연패를 노리는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휴가는 선수들이 달라는만큼 준다"면서 "이번에도 우승하면 선수들이 질려서 그만 밟을 때까지 누워있겠다"라고 했다. KB스타즈의 안덕수 감독은 미리 준비하지 못한 듯 "내년 3월쯤 끝나는데 3월엔 내 생일도 있다. 청주분들에게 케익을 다 돌릴까요"라더니 "어떤 것이든 우승하면 멋있는 세리머니를 준비하겠다"라고 했다."위성우 감독처럼 선수들에게 밟혀보고 싶다"는 KDB생명 김영주 감독은 "팬분들과 선수단 전체가 함께 국내 여행이라도 같이 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고 싶다"라고 했다.마지막 KEB화나은행 이환우 감독은 "휴가를 석달하고도 일주일 더 주겠다"라고 했다. 신한은행 신 감독의 휴가 공약에 일주일 더한 것.이유는 개막전이 신한은행과의 경기이기 때문. 이 감독은 "개막전이 신한은행과의 경기인데 반드시 그날 꼭 이기고 싶다"라고 했다. KEB하나은행 강이슬은 "일주일은 크다"면서 "신한은행에 이긴 것 같다"며 웃었다.
역시 4연패를 한 우리은행이 '공공의 적'이었다. 우승후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감독들이 우리은행과 함께 삼성생명, KB스타즈 등을 꼽았다. 가장 이기고 싶은 팀을 꼽으라는 질문에도 우리은행을 꼽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만큼 우리은행에 많이졌던 기억 때문인 듯. 삼성생명 박태은과 신한은행 김단비, KB스타즈 김가은 등이 우리은행을 꼽았다. 김단비는"지난시즌 7번 모두 졌다"며 꼭 이기겠다는 의지를 비치기도 했다. KDB생명 이경은은 "개막전이 중요해 KB를 꼭 이기고 싶다"고 했고, KEB하나은행 강이슬은 "개막전이 신한은행인데 우리팀 코치로 계셨던 분들이 감독, 코치로 가셔서 꼭 이기고 싶다"라고 했다.
예전처럼 우리은행의 독무대가 될지는 두고봐야할 듯.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과 KB스타즈 안덕수 감독은 우승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우리은행과의 한판 대결을 기대케했다. 박태은이 "농구하고 처음으로 오바이트를 해봤다"고 할 정도로 많은 훈련을 한 삼성생명 임 감독은 "많은 땀을 흘린 댓가를 보상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반지를 선물해주고 싶다"라고 했고, 안 감독은 "박지수를 뽑아 우승후보라는 말을 하시는데 박지수를 안뽑았어도 우승후보"라는 자신감과 함께"KB가 멋있는 V1의 꿈을 이루면 좋을 것 같다"라고 했다.
많은 팀들이 우리은행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벌써 4년연속 우승한 우리은행은 덤덤했다. 위 감독은 "우승이 중독된 맛이 있어 놓기가 쉽지않다"면서 "항상 시즌 시작할 때는 플레이오프에 갈까 걱정했는데 이번에도 다름없이 일단 플레이오프를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최선의 준비로 다시한번 우스에 도전하겠다"라고 했다. 박혜진도 "시작할때 우승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적은 한번도 없는데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은 갖고 있었다.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서 우승을 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아직 어느팀이 우승할지 모르니 누구의 공약이 지켜질지도 모른다. 3월 코트에 누워 선수들에게 기분좋은 발길질을 당할 감독은 누구일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