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PO] 양상문 믿음의 야구, 뚝심 될까 고집 될까

by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의 뚝심,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결국 야구는 중요한 순간 해줄 선수들이 해준다고 한다. 또, 긴장되는 순간일수록 지나친 변칙보다는 순리대로 푸는 것이 맞다고도 한다. 하지만 다른쪽에서는 긴장되는 큰 경기에서 대담한 작전이나 선택이 승부를 가르는 요소라고도 말한다. 과연 어떤 것이 정답일까.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LG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지켜본 LG팬들이라면 울화통이 터졌을 것이다. 지지 않았다. 원정 2연패 후 반격의 1승을 했다. 그렇다고 해도 좋아할 수 없는 경기였다. 오히려 이긴게 부끄러운 경기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설명해, 상대는 계속 밥을 떠먹여주려 하는데 LG는 뱉어낸 것과 다름없다. 그걸 다시 NC가 친절하게 떠먹여줬다. 사실 이날 경기는 1회, 2회 사실상 끝났어야 하는 경기였다. 상대 선발, 두 번째 젊은 투수들이 지나친 긴장을 했다. 그런데 LG 타자들이 오히려 이 선수들을 도와준 꼴이 됐다.

특히, 중심타선의 스윙은 실망스러웠다. 단순히 이번 시리즈 부진하고 찬스에서 안타를 못쳐서가 아니다. 경기 초반 박용택, 루이스 히메네스의 스윙은 너무 컸다. 극도의 제구 불안을 보이는 투수를 상대로 한방에 끝내겠다는 영웅 스윙은 이 선수들의 실력과 명성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양 감독의 경기 운영도 마찬가지. 경기 내내 히메네스와 채은성에게 만루 찬스가 걸렸다. 히메네스는 마음이 앞서는 스타일. 한방 쳐서 끝내겠다는 욕심이 앞서는 선수 제어에 실패했다. 채은성은 사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침체다. 그러나 양 감독은 채은성 믿음에 변화가 없다. 그와 팀의 활로가 풀릴 수 있는 작전 구사나 대타 기용도 없다. 경험이 부족한 채은성에게 이런 믿음이 힘이 될 지, 부담이 될 지는 체크해봐야 할 사안이다.

팀의 정신적 지주 박용택은 플레이오프 3경기 12타수 무안타다. 양 감독은 3차전 종료 후 "다른 방법이 없다"며 박용택을 계속해서 3번 타순에 배치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물론, 박용택이라는 대타자를 라인업에서 뺀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다. 언젠가는 한방 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현장에서는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타순 조정 등으로 선수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순간적 대처도 중요하다. 경기 초반 강공 야구는 대량 득점을 노리기 위한 선택일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 중후반 1-1 상황이 이어질 때는 결국 1점 싸움이었다. 계속해서 선수들이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는 스퀴즈, 치고 달리기 등 과감한 작전 구사가 돌파구일 수 있었다.

양 감독의 스타일상 남은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LG의 경기 스타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LG가 이긴다면 이 뚝심의 야구는 최고라는 칭찬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벼랑 끝 상황에서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연결된다면 지나친 고집이라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다. 어느쪽도 정답은 없다. 그래서 야구가 어렵다고들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