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 잡아야죠!"
안현범(22·제주)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있었다. 2016년은 가히 '안현범의 해'로 불릴만 하다. 시즌 초반만 해도 잠잠했다. 울산에서 제주로 이적한 첫 해라 적응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더욱이 4월 13일 수원FC전 후 무릎 연골이 찢어져 공백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석코치로 보직이 바뀐 조성환 감독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안현범을 지속적으로 출전시켰다.
드디어 터졌다. 팔색조 활약을 펼치고 있다. 공격 자원인 안현범은 오른쪽 윙백도 완벽하게 소화하며 제주의 3-5-2 포메이션의 핵으로 거듭났다. 최근엔 측면과 중앙 공격수 역할까지 수행했다. 팔방미인 안현범의 맹활약 속에 제주는 패배를 잊었다. 9경기 연속 무패(6승3무)다. 안현범은 "카멜레온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내 자신이 이렇게 멀티 능력이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안현범은 빠른 스피드와 저돌적인 돌파, 과감한 슈팅으로 제주 공격을 이끌고 있다. 특히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에선 '절대 1강' 전북을 상대로 득점을 터뜨려 3대2 역전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어 23일 전남전에선 멀티골을 폭발시키며 5대3 승리를 이끌었다. 미완의 대기였던 안현범은 어느덧 올시즌 리그 25경기 7골-5도움을 올렸다. 안현범은 "올해 개인적인 목표가 20경기 이상 출전에 공격포인트 10개 이상이었는데 달성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35라운드까지 치러진 현재 제주는 승점 55점으로 3위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이다. 4위 울산(승점 49)과 승점 차는 6점. ACL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안현범은 "팀 목표인 ACL 진출을 위해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 했다. 이제 거의 다 왔다"며 "끝까지 모든 것을 쏟아내서 꼭 다음 시즌 ACL에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안현범이 노리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영플레이어상이다. 안현범은 유력한 수상 후보다. 본인 역시 "사실 영플레이어상 생각이 없었는데 시즌을 치르면서 욕심이 생겼다"며 "팀의 ACL진출과 영플레이어상 두 마리 토끼를 잡고싶다"며 꿈을 숨기지 않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스타성도 돋보인다. 안현범은 제주 최연소 선수다. 하지만 특유의 당돌한 골 세리머니로 많은 주목을 끌었다. 전남전에선 득점 후 독특한 동작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안현범은 "친누나가 외식업체 VIPS 매니저다. 최근 VIPS에서 밀고 있는 동작이 있는데 누나가 세리머니로 그걸 해달라고 했다"며 "누나 말대로 세리머니를 했는데 회사에서 좋아한다고 하더라"라며 껄껄 웃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