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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도 불펜야구 심화, 컵스-인디언스 WS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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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는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대결로 더욱 비상한 관심을 끈다. 두 팀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에 '한'이 맺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것은 컵스가 1908년, 클리블랜드는 1948년이다. 햇수로 치면 컵스는 118년, 클리블랜드는 68년이나 됐다. 이를 두고 '염소의 저주', '와후 추장의 저주'라는 말이 생겨났다. 올해 두 저주 가운데 하나는 풀린다.

두 팀 모두 우승을 차지할 실력과 자격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번 월드시리즈는 명승부로 전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두 팀의 공통된 큰 특징은 선발진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올 정규시즌서 컵스는 붙박이 선발 5명이 모두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제이크 아리에타(18승), 존 레스터(19승), 카일 헨드릭스(16승), 제이슨 해멀(15승), 존 래키(11승)는 메이저리그 최강의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사이영상을 탈만한 후보가 3명이나 된다. 이에 미치지는 못해도 클리블랜드 역시 코리 클루버(18승), 조시 톰린(13승), 트레버 바우어(12승), 카를로스 카라스코, 대니 살라자르(이상 11승) 등 5인 로테이션이 안정적이었다. 따라서 이번 월드시리즈는 선발 싸움에서 우승팀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포스트시즌 들어 컵스는 아리에타-레스터-헨드릭스-래키, 클리블랜드는 클루버-톰린-바우어-라이언 메릿 순으로 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불펜 야구'다. 포스트시즌에 오른 대부분의 팀들이 정규시즌과는 다소 다른 마운드 운영을 하고 있다. 불펜진 활용도가 매우 높아졌다. 선발 에이스가 마무리로 등판하고, 셋업맨이 경기 중반 투입되기도 하며, 마무리가 8회 등판해 1⅓이닝, 1⅔이닝을 투구하기도 한다. 물론 올해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 정도가 심해졌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예가 클리블랜드의 앤드류 밀러다. 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4차례 등판해 3홀드, 1세이브를 기록하며 MVP에 올랐다. 클리블랜드가 거둔 4승 모두 밀러의 호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합계 7⅔이닝 동안 3안타만 허용했을 뿐 한 점도 내주지 않았고, 26타자 가운데 무려 14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클리블랜드 마무리 코디 앨런 역시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서 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밀러와 함께 강력한 불펜을 형성했다. 클리블랜드의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불펜진 운영에 일가견이 있는 사령탑이기도 하다.

컵스 역시 포스트시즌 들어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을 비롯해 칼 에드워즈, 트래비스 우드, 마이크 몽고메리, 헥터 론돈 등 불펜진의 비중이 커진 상황이다. 채프먼은 이번 포스트시즌서 8경기에 등판해 1승3세이브,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중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블론세이브를 범하는 등 불안한 면을 노출했지만, 104마일 강속구 클로저답게 확실한 구위를 과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월드시리즈도 불펜진 대결이 뜨겁게 펼쳐질 전망된다.

포스트시즌서 불펜진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기록으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체 선발투수들의 평균 투구이닝은 정규시즌서 5.64이닝이었는데, 포스트시즌에는 5.18이닝으로 확 줄었다. 경기당 팀별 투수 기용도 정규시즌 4.15명에서 4.66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경기당 팀별 투수 기용은 4.44명이었다. 올해 이 수치가 0.22 높아진 것이다. 선발투수 1명을 빼면 4명의 불펜진을 가동하는 게 기본이라는 의미다.

컵스의 경우를 보더라도 선발투수들의 정규시즌 평균 투구이닝은 6.10이닝이지만,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5.63이닝으로 감소했다. 클리블랜드 역시 5.82이닝에서 4.83이닝으로 1이닝 가량 줄었다. 특히 클리블랜드는 리그챔피언십시리즈에서 선발진과 불펜진이 똑같이 22이닝씩을 던졌다.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운영의 중요성은 2000년 이후 더욱 부각됐다. 경기당 팀별 투수 기용은 1980년대까지 2명선을 유지하다 1990년 3.02명으로 증가한 뒤 2006년 3.85명으로 높아지더니 지난해 처음으로 4명을 넘어섰다. 포스트시즌 팀별 평균 투수 기용이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5명으로 늘어날 지 모를 일이다.

올해 월드시리즈는 오는 26일(한국시각) 시작돼 클리블랜드의 홈인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1,2,6,7차전, 컵스의 홈인 리글리필드에서 3,4,5차전이 개최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