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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전남, '촌극까지 벌인' ACL 진출권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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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제주와 전남은 나란히 사령탑 교체를 발표했다.

제주는 김인수 수석코치가 지휘봉을 잡았고, 전남은 FC서울에서 활약했던 송경섭 코치가 사령탑에 올랐다. 그동안 제주와 전남을 각각 이끌었던 조성환, 노상래 전 감독은 수석코치로 강등됐다. 그동안 제주와 전남을 각각 이끌었던 조성환, 노상래 전 감독은 수석코치를 자처했다.

이유가 있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의 P급 지도자 자격증 때문이었다. 두 팀 모두 그룹A에 오르면서 다음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ACL 규정상 출전팀 사령탑은 P급 지도자 라이센스를 갖춘 이들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 문제는 조 감독과 노 감독이 P급 지도자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 결국 두 팀은 급히 사령탑 교체를 단행했다.

ACL 진출권을 두고 감독 교체라는 촌극까지 벌인 두 팀은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자존심을 건 맞대결을 펼쳤다.

유리한 쪽은 제주였다. 제주는 종전까지 승점 52점을 획득하며 다음 시즌 ACL 진출의 마지노선인 3위를 지키고 있었다. 김 감독의 목소리에서도 자신감이 느껴졌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전남전은 ACL을 가기 위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선수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전남은 다급한 상황이었다. 전남은 종전까지 승점 46점을 기록하며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송 감독은 경기 전 "ACL 진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경기다. 선수들에게 열정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경기기 시작됐다. 전남은 군에서 돌아온 박기동(28)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전남의 공격은 제주 골키퍼 김호준(32)의 선방에 번번이 막혔다. 위기를 넘긴 제주는 반격에 나섰다. 전반 25분 권순형(30)을 시작으로 안현범(22)과 이창민이 골을 더해 3-0으로 멀찍이 달아났다.

전남은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7분 배천석(26)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외국인 공격수 자일(28)이 집중력을 발휘했다. 전남은 후반 13분 최효진(33)과 자일이 연속으로 득점포를 가동하며 순식간에 2대3으로 추격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변수가 생겼다. 전남의 수비수 유고비치(27)가 퇴장 당한 것. 순식간에 전세가 기울었다. 수적 우위를 점한 제주는 더욱 매서운 공격력을 자랑했다. 제주는 곽해성(25)과 안현범의 쐐기골을 더해 승기를 잡았다. 전남은 후반 종료 직전 터진 자일의 추가골로 희망의 불씨를 살렸지만 승부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제주가 5대3으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김인수 제주 감독은 "다른 팀들도 ACL 진출을 노리고 있다. 매 경기가 6점짜리 승부"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날 2골을 몰아넣으며 팀 승리에 앞장선 안현범 역시 "팀이 꼭 ACL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최대한 빨리 3위를 확정하고 싶다"며 이를 악물었다.

서귀포=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