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B의 대란'이다.
K리그 클래식 그룹B 리그가 대혼전 양상으로 접어들며 흥미를 더하고 있다.
11위 자리를 놓고 안갯속 접전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쪽에서는 11위까지 내려가지 않으려고, 다른 이는 11위에서 탈출하려고 사활을 걸고 있다.
11위는 클래식 팀들에겐 운명의 마지노선이다. 최하위(12위)는 챌린지로 직강하지만 11위는 챌린지 승격 플레이오프(PO) 통과팀과 승강 PO를 치러야 한다.
최하위 수원FC를 제외한 그룹B의 5개팀 모두가 피하고 싶은 11위 싸움은 23일 벌어진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스플릿 2라운드에서 전혀 다른 국면을 맞았다.
인천이 광주에 2대0 완승을, 수원FC가 포항에 드라마같은 1대0 승리를 거두면서 생겨난 막판 흥미요소다.
▶흥미진진 대혼전의 주범(?) 인천
인천은 이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광주를 만났다. 광주는 이날 승리하면 승점 47점으로 남은 3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챌린지 잔류를 확정할 수 있었다. 올 시즌 인천과의 상대전적에서 1승2무로 앞선 광주는 그만큼 여유가 있었다. 반면 인천은 절실했다. 여전히 11위, 강등권에서 탈출하는 것이 지상과제다. 최근 6경기 연속 무패지만 지난 주말 성남전을 비긴 게 아쉬웠다. 게다가 수원 삼성은 전날 오랜 만에 승점 3점을 챙기며 5점차로 달아난 상태였다. 절실한 인천의 과감한 용병술이 통했다. 박세직 윤상호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자 김용환 송시우 등 조커 자원을 전진 배치했다. 베트남 출신 K리거 쯔엉도 5개월 만에 출전시키며 공격축구를 외쳤다. 모험은 적중했다. 김용환 송시우, 쯔엉 모두 골에 기여했다. 김용환은 후반 6분 송시우의 슈팅이 골키퍼 맞고 나온 것을 선제골로 연결했고, 쯔엉은 13분 진성욱의 쐐기골을 도운 케빈에게 정확한 프리킥을 배달했다. 이날 승리로 인천은 승점 39를 확보하며 수원과의 승차를 다시 2점차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관심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주말 인천의 다른 상위팀인 광주(승점 44), 성남, 포항(이상 승점 42)이 모두 패하면서 인천의 사정권에 들었다. 그룹B 1위격인 광주는 그나마 여유가 있지만 인천이 7경기 연속 무패(4승3무)로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면서 성남, 포항, 수원 모두 11위 추락 후보군이 되고 말았다. 막판 K리그가 점점 뜨거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꼴찌의 반란 수원FC 기름을 끼얹었다
수원FC는 이날 포항과의 원정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39분 수원FC 브루스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을 돌파하던 중 포항 강상우와의 몸싸움에 밀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었다. 다소 애매한 판정이었지만 수원FC에겐 천금같은 기회였고 키커로 나선 브루스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올 시즌 포항과의 맞대결 4전 전승으로 '포항 킬러'의 명성도 제대로 입증했다. 수원FC는 비록 최하위지만 승점 36으로 인천과의 거리를 3점차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당장 12위 탈출이 목표인 수원FC로서는 남은 3경기를 앞두고 기사회생한 셈이다.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이제는 인천뿐만 아니라 수원, 포항, 성남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8∼10위 팀들로서는 허를 찔린 셈이다. 수원FC만 만나면 '죽'을 쒔지만 최순호 감독이 다시 부임한 이후 무패를 달리던 포항이 최하위팀에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불을 지르고(인천), 기름을 끼얹은(수원FC) '강등권 형제'의 반란에 그룹B 전체가 떨게 됐다. 인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