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은 커녕 본전도 못 건지게 생겼다.
'사령탑 경질'이라는 칼을 빼들었던 성남FC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성남은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수원 삼성과의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에서 0대2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성남의 무승 행진은 5경기(1무4패)째로 늘어났다. 구상범 감독대행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수원전 패배의 책임은 모두 내게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성남은 구 감독대행 취임 직후인 9월 17일 수원FC전 승리 뒤 5경기에서 승점 1을 챙기는데 그쳤다. 김학범 전 감독을 경질할 당시 부진 탈출 및 스플릿 그룹A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부진은 오히려 깊어졌을 뿐이다.
감독 선임은 구단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변화에 급급한 나머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게 문제였다. 성남은 김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전원을 내보내고 유스팀 지도자들을 대행 자리에 앉혔다. 현역시절 프로 경력과 지도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다. 경험이 있고 없고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감독 교체 당시 성남은 7위였지만 3위 울산 현대와 승점 4점 차 밖에 나지 않았다. 이전까지 어린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던 유스팀 지도자들에게 민감한 순위싸움 중이었던 프로팀 벤치 자리를 갑작스럽게 맡긴 것은 '도박'이나 다름 없었다. 구 감독대행과 코칭스태프들은 팀을 파악할 겨를도 없이 사지로 내몰렸다.
선수단 분위기도 말이 아니다. 코칭스태프 교체 과정에서 실종된 소통 탓에 생긴 틈새는 무승이 이어지면서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일부 주력 선수들이 내년 시즌 성남에 남아 있을지 여부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성남은 이제 강등권 추락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수원전 패배에도 불구하고 승점 42(46득점)로 8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강등권인 11위 인천(승점 39)과 12위 수원FC(승점 36)가 35라운드에서 모두 승리하며 백척간두의 상황이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ACL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던 성남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씁쓸한 뒷맛만 남는 성적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