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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쇼트필름·킬링파트·포인트춤..아이돌은 '콘셉트' 전쟁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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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콘셉트가 뭐에요?"

새 앨범을 발표한 아이돌 가수들이 가장 처음으로 받는 질문일 것이다. 그만큼 아이돌에 있어 '콘셉트'란 노래의 얼굴이자, 메시지다. 음악과 무대를 아우르는 이 명확한 주제는 보다 구체적이고 표현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시리즈 앨범을 구성해 전편과 연결시켜 연속성을, 수수께끼같은 전략으로 대중에 흥미와 재미를, 친숙한 이미지와 새로운 변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중의 공감과 이해도를 높이는 상승효과를 얻기 위함이다.

새 콘셉트를 찾기 위한 각 가요 기획사들의 노력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스태프읜 노력도 상당하다. 기존 음악과 패션에만 한정 짓던 이 '콘셉트 잡기'는 이제 영상, 뮤직비디오로 확장돼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게끔 한다. 단 3~4분 안에 모든 걸 쏟아야 하기에 CF같은 간결한 메시지 또한 필수. 단 번에 귀를 사로잡고 따라 부를 수 있게 유도하는 '킬링파트'에 재미있는 노랫말의 '펀치라인', 여기에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포인트 안무'도 등장한다. 이처럼 요즘 아이돌 가수에게 '콘셉트'란 단순히 음악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다. 음악과 퍼포먼스, 영화 같은 스노리가 결합돼 가수와 해당 앨범의 이미지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인 셈이다.

우선 동화,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은 콘셉트의 대상이다. 2차적으로 패션 매거진,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재해석된 여러 결과물은 콘셉트의 좋은 힌트가 된다. 생소한 이미지 보다는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은 패러디되거나 친숙하게 스토리를 설득시키기 좋은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그중 영화는 가요계에서 가장 많이 찾는 수단. 레옹, 마틸다, 마릴린 먼로 등 배우들의 이미지 혹은 영화 캐릭터는 여럿 재해석돼 왔고, 극중 드라큘라, 좀비, 사이보그, 뱀파이어 등 독특한 캐릭터들은 재미와 환상을 줄 수 있는 아이돌에겐 최적화된 요소로 작용하기 충분하다.

사이보그, 저주인형, 뱀파이어, 사랑의 노예 등의 콘셉트를 쉼 없이 선보인 빅스는 콘셉트 자체를 팀의 아이덴티티로 삼은 그룹이다. 지난 3월 빅스는 운명과 파멸의 신 '케르'를 키워드로 3부작 활동을 예고했다.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각 신이 관장하는 영역에 따라 사랑을 다르게 해석한 것. 빅스는 현재까지 질투의 신 '젤로스'와 암흑의 신 '하데스'를 앨범 콘셉트로 두 번의 활동을 마쳤다. 오는 31일 새 음반을 통해 3부작을 완결하는 빅스는 힘과 권력의 신 '크라토스'를 모티프로 삼아 비주얼 판타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빅스는 이 과정에서 세계관을 갖는 스토리텔링을 강조했다. 빅스 측은 "멤버들만의 장점들을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과 콘셉트가 중요하다. 콘셉츄얼한 비주얼 역시 빅스 멤버들이 100% 소화해 내면서 이를 외적으로 표현하되, 여기에 음악과 뮤지컬 형식의 안무로 스토리 텔링을 극대화시킨 점은 차별화된 부분이다"라고 소개했다.

쇼트필름도 최근 가수들이 많이 선보이는 콘셉트 프로모션의 하나다.

동화적 이미지에 멤버들의 발랄함을 강조해 신비로움을 더한 레드벨벳은 컴백에 앞서 프로모션 비디오 '언 에스엠엘 디지털 쇼트(AN SML DIGITAL SHORT)'를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총 5편의 영상에는 레드벨벳 멤버들이 주인공으로 분해 콩트 연기를 펼쳤다. 이는 미국에서 유명 스타들의 코믹한 변신을 담은 디지털 단편을 패러디한 것으로, 레드벨벳은 이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발산, 동시에 영상 말미 타이틀곡 '러시안 룰렛'을 삽입해 홍보 효과를 누렸다.

방탄소년단은 문학을 콘셉트에 활용했다. 각 멤버가 주인공이 돼 총 7편으로 제작된 쇼트필름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테마로 청춘의 성장과 갈등이란 새 앨범의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했다.

2013년부터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등 스토리텔링과 결합한 시리즈 앨범을 선보였던 방탄소년단의 이번 앨범 '윙스'(WINGS) 역시 콘셉트 음반이다. 여러 아이돌 가수들이 뮤직비디오를 짧게 편집한 티저 영상을 선보이는데 반해, 방탄소년단은 2~3분의 쇼트필름 7편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새 앨범 전체에 얽힌 스토리와 이미지 등을 예고했다.

'데미안'은 주인공 싱클레어 개인의 청춘 이야기이자, 전 세대가 공감하는 성장사를 그린 고전작품. 청춘의 아픔을 대변하는 이 소설의 전체적인 주제는 학교-청춘 시리즈를 잇는 방탄소년단의 성장 스토리와 닮았다. 문학과 케이팝을 결합시켜 다양한 해석과 보고 듣고 찾는 재미 또한 선사한 셈이다. 팀을 대표하는 청춘의 이미지를 고전문학을 통해 메시지 전달에 충실하고자 한 시도로, 또래 팬들의 생각을 공유하며 성공적인 스토리텔링을 펼쳐냈다.

가인 역시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공조히 다져온 대표가수다. 가인은 신곡 '카니발'에서 모든 사람들이 경험했고 추억하는 첫 사랑의 존재인 '캐리'란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소녀와 숙녀의 묘한 이미지로 대표되는 그가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건 순수함과 섹시함에 대한 테마. 짙은 스모키 화장에 여린 이미지, 옅은 메이크업에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섹시 스타일링으로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독보적인 캐릭터다.

이처럼 새 콘셉트를 찾기 위한 여러 가수들의 노력은 점차 치열해 지고 있다. 잘 집어든 콘셉트 하나는 노래에 생명력을 부여하지만 무작위로 무리한 콘셉트를 대입시키다 보니 우스꽝스러운 패러디로 전락하거나 과장된 퍼포먼스로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작사, 작곡, 의상, 안무, 뮤직비디오 등 프로덕션이 일관성을 갖추면서도 세밀하게 조합된 스토리를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hero1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