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음이 나옵니다."
NC 다이노스 주장 이종욱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면서 감독님이 (우리 선수들을 보면서) 가장 많이 웃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올해 우리 팀에 안 좋은 일들이 많아서 그냥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김경문 감독에게 2016시즌은 한마디 '다사다난'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는 선수들의 그라운드 밖 일탈 행위로 마음 고생이 심했다. 승부조작 사건, SNS 가정사 노출, 음주운전 적발 등으로 김 감독은 일이 터질 때마다 팬들을 향해 고개 숙이기 바빴다. 그는 플레이오프(PO)를 하루 앞둔 20일 미디어데이 때도 "죄송하다"는 말부터 했다. 또 정규시즌 말미에 시즌을 마치고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감독으로서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해 사령탑 다운 자세까지 보여주었다.
김경문 감독은 KBO리그에서 '팀을 만들 줄 아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이번 가을야구로 9번째 포스트시즌을 맞았다. NC에서 3번, 그 이전 두산 사령탑으로 6번을 했다. 야구인들은 NC가 2013시즌 첫 1군 참가 이후 이렇게 단기간에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이 된 원동력 중 하나로 김경문 감독을 꼽는다. NC 선수단이 거둔 성적이라는 확실한 결과물이 있다.
그는 2016시즌을 시작 하기 전 "올해는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는 묵직한 포부를 밝혔다. FA 박석민의 가세로 더 강한 타선을 구축했다. 또 지난 두번의 가을야구 경험으로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붙었다고 봤다.
김경문 감독에게 KBO리그 우승은 꼭 이루고 싶은 지상 과제라고 볼 수 있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첫 9전 전승 야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누구도 해본 적이 없는 금자탑을 쌓았지만 KBO리그에선 아직 정상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NC는 올해 승률 6할에 근접하는 좋은 정규시즌 성적을 냈다. 전반기 말미에는 에이스 해커가 빠진 상황에서도 15연승이라는 믿기 어려운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더 강력한 두산 베어스가 승률 6할5푼에 근접하는 더 좋은 성적을 냈다. 두산은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 통합 우승을 위한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신 NC는 LG 트윈스를 PO에서 물리쳐야 두산과 대권을 놓고 싸울 수 있는 상황이다.
김경문 감독에게 올해는 자신의 10년이 넘는 사령탑 기간 중 스트레스의 깊이 면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해였을 것이다. 김경문표 카리스마, 김경문의 리더십으로도 선수들의 일탈행위를 사전 차단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책했고 속으로 끙끙 앓았다. 그런 과정 속에서 두산 감독 시절의 '까칠함'은 많이 무뎌졌다. 여전히 감정을 얼굴에서 완벽하게 숨기지 못한다. 그러나 예전에 비하면 속마음을 잘 숨긴다. 예전 같았으면 불같이 화를 낼 상황에서도 참고 또 참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연이은 악재를 얻어 맞으면서도 그는 선수들을 보면서 웃으려고 노력했다.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입밖으로 내뱉지 않으려고 말을 아꼈다.
올해 후반기 NC를 끊임없이 괴롭힌 악재들은 '감독 김경문'을 더 성숙되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지도자로 만들었다. 물론 NC 선수들 그리고 프런트도 큰 심적 고통을 겪었지만 좋은 공부가 됐을 것이다.
창원=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