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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플레이어상 정조준' 제주 안현범이 돋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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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가레스 베일' 안현범(22)이 영플레이어상을 향해 쾌속 질주하고 있다.

안현범은 입단 초기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동국대 시절 U리그의 가레스 베일로 불렸던 안현범은 지난해 울산 현대에서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 제주행을 선택한 안현범은 서서히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3라운드 전북전(1대2 제주 패)에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안현범은 4월 12일 상주와의 홈 경기에서 멀티골을 작렬시키며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MVP를 차지했다. 5월 7일 수원FC 원정(5대2 제주 승)에서 측면 공격수가 아닌 오른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해 맹활약을 펼치며 팬들의 뇌리 속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이날 안현범은 후반 16분 역습 상황에서 무려 70미터가 넘는 거리를 과감한 드리블로 돌파하며 송진형의 쐐기골을 만들어냈다. 패기 넘치는 플레이와 기술까지 겸비한 그의 돌파에 상대 수비수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비록 득점은 없었지만 그라운드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냈다. 안현범은 올 시즌 10차례 윙백으로 출전했고 제주는 10경기 연속 무패(6승4무)를 질주했다. 부평고 시절 등번호 3번은 베일이 토트넘 시절 달았던 번호라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던 미완의 대기는 어느새 승리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영플레이어상은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중 국내외 프로 리그에서 3시즌 이내 출전한 만 23세 이하의 북한 국적, 재외 동포를 포함한 대한민국 국적인 사람이 자격을 받는다. 단 해당 시즌 리그 경기 가운데 절반 이상을 출전한 선수만이 수상할 수 있다.

현재 개인 성적과 팀 기여도를 봤을 때 가장 유력한 후보가 바로 안현범이다. 올 시즌 24경기에 출전해 5골-4도움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공수에 걸쳐 제주에 커다란 힘을 보태고 있다. 전북의 무패행진을 격파했을 당시에도 강렬한 역전골을 터트리며 확실한 임펙트를 남겼다.

강력한 라이벌은 공교롭게도 '절친' 김승준(울산 현대)이다. 이들은 지난해 울산에서 프로무대에 데뷔한 입단 동기인 이들은 축구계에 소문난 '절친'. 올 시즌 안현범이 제주로 이적한 뒤에도 꾸준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막역한 사이다.

하지만 유니폼을 바꾼 뒤 치열한 자존심이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김승준은 안현범과 같은 수의 공격포인트(7골-2도움)를 올렸다. 득점면에서는 영플레이어상 후보 중 가장 뛰어나다. 문제는 팀 성적이다. 울산의 목표인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 실패한다면 김승준의 영플레이어 수상도 장담할 수 없다.

반면 제주가 3위 확정 후 ACL 진출을 확정하면 안현범의 수상은 더욱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팀 기여도 척도로 불리는 위클리 베스트11 선정 횟수에서도 김승준을 압도한다. 안현범은 위클리 베스트 4회, 주간 MVP 1회를 차지했고 김승준은 위클리 베스트 1회 선정에 불과하다.

김승준의 존재감은 안현범에게 커다란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안현범은 "3위 자리와 개인상 수상을 놓고 친구와 피할 수 없는 승부를 펼치게 됐다. 11월 2일 울산과 맞대결을 펼치는데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K리그에 좋은 스토리텔링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결과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안현범의 또 다른 무기는 스타성이다. 안현범은 중국 광저우 전지훈련에서 가진 제2회 외모왕 선발대회에서 제주팬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1위를 차지했다. 당시 팬들 사이에서는 송진형 권순형 등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제주의 美드필드진에 새로운 꽃이 만개했다는 극찬(?)이 쏟아졌다.

화려한 외모와 달리 놀라운 식성을 자랑하는 것은 반전 매력이다. 안현범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은 바로 김치찌개다. 김치찌개 하나면 밥 2공기는 기본이다. 안현범은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 게 자신의 전매특허인 치달(치고 달리기)의 비결이라고 손꼽는다.

안현범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면서 개인보다 팀을 앞세우는 진정한 프로이기 때문이다. 수치상으로는 개인적으로 잡았던 목표도 달성했다. 그러나 안현범은 전혀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아직 팀 목표인 ACL 진출이 남았기 때문.

안현범은 "ACL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그리고 그 팀의 일원이라면 엄청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제주 선수단 모두가 아시아 무대에 대한 열망이 크다. 제주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 무대로 가고 싶다. 팀도 나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후회없는 한 해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